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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다시 만날 때는 내가 어떻게 변해있을지 장담 못해.”
‘밀정’의 대사는 송강호 연기인생을 한 줄로 요약한다. 어느 누구도 그가 “어떻게 변해있을지” 장담을 못한다. ‘초록물고기’에서 실제 깡패를 데려다 캐스팅한게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더니 ‘넘버3’에선 말더듬이 조폭 두목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반칙왕’의 코믹스러운 레슬러, ‘공동경비구역 JSA’의 맏형같은 북한군에 이어 ‘복수는 나의 것’에서 보여준 차갑고 무시무시한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봉준호 감독과 호흡을 맞춘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에선 이제껏 한번도 본적이 없는 캐릭터로 충무로의 지평을 넓혔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 속에 시대의 비극을 빚어낸 ‘관상’ ‘사도’의 사극 연기도 빼어났다. “국가란 국민입니다”를 외쳤던 ‘변호인’은 ‘밀정’의 회색빛 인간으로 돌아와서도 정의의 편에 섰다. ‘택시운전사’의 소시민으로 흘렸던 눈물은 대한민국의 슬픔이었다.
‘마약왕’은 또 어떠한가. ‘변호인’ ‘밀정’ ‘택시운전사’ 등 최근작에서 희망의 숨결을 불어 넣었던 그는 처절하게 몰락해가는 ‘마약왕’으로 방향을 틀었다. 우연히 마약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두삼이 뇌물을 주고 권력과 결탁해 거대한 마약 제국을 건설했다가 파멸하는 이야기를 송강호가 아니라면 누가 해낼 수 있겠는가.
극 후반부 마약에 취해 점차 광기어린 모습으로 변해가는 연기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생생하다. 상상력을 극한으로 밀어붙여 완성한 마약 흡입연기는 한 인물의 아찔한 추락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그의 말대로 “한 인물의 희노애락과 흥망성쇠가 모두 담겨 있는 작품”이다
송강호는 “배우는 외로운 직업”이라고 했다. 마약흡입 연기만 하더라도,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이 혼자 해내야 했다. 그 연기가 ‘마약왕’의 몰락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생생함을 살려내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는 보란듯이 해냈다. 과연 송강호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송강호는 외롭지만, 대중은 즐겁다.
송강호와 동시대를 살며 그의 변화무쌍, 예측불허의 연기를 해마다 볼 수 있다는 것은 영화팬들의 축복 중 하나다.
[사진 = 쇼박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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