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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조금 더 디테일해졌다"
배우 남경주가 연극 '대학살의 신'으로 다시 돌아왔다. 지난 공연에서 함께 했던 최정원, 송일국, 이지하와 함께 더 탄탄해진 팀워크와 디테일로 관객들을 웃길 준비를 마쳤다.
연극 '대학살의 신'은 11살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벌인 싸움으로 한 소년의 이빨 두 개가 부러지는 사건이 발생, 때린 소년의 부모인 알랭(남경주)과 아네뜨(최정원)가 맞은 소년의 부모인 미셸(송일국)과 베로니끄(이지하)의 집을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설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는 과정을 신랄하고도 유쾌하게 짚어낸 블랙코미디다.
남경주는 "조금 더 디테일해졌다"로 2년만의 재공연을 정의했다. "기다렸던 공연이고 드라마적인 밀도를 연극을 통해 느끼기 때문에 그 재미를 '대학살의 신'을 통해 또 얻기를 원했다"고 고백했다.
뮤지컬 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는 그는 확실히 연극 무대에서 또 다른 재미를 느끼고 있다. 뮤지컬만의 좋은 점이 분명하듯 연극도 그만의 매력이 있다는 것.
"뮤지컬은 드라마적으로 고조되는 부분에 음악이 나오잖아요. 음악으로 상승효과를 주는 거죠. 하지만 연극은 그런 부분을 음악이 아닌 감정적인 연기로 더 꽉 채워야 돼요. 더 깊이 있게 분석해야 하죠. 배우 개인으로서 그런 즐거움이 있고 실제로 정신적으로 승화하는 부분이 있어요. 활력을 느끼고요."
2년 만에 출연 배우 네 명이 그대로 돌아온 '대학살의 신'. 남경주는 "팀워크가 나쁘지 않아 이 배우들 그대로 또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전 공연에서 첫 공연부터 관객들 반응이 어마어마해 굉장히 짜릿했다. 그래서 더 이 공연이 기다려졌다"고 밝혔다.
"연습할 때마다 미묘한 감정의 변화들이 있어요. 우리가 약속했던 것에서 벗어나진 않지만 본능적으로, 동물적으로 감정의 변화를 느끼죠. 그걸 모험하듯 매번 용기있게 하는 게 새롭고 재밌어요. 2년 지나고 다시 만나니 더 좋아요. 확실히 다들 더 성숙해졌고 작품 안에 녹아들어가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다시 연기하게 된 알랭 역에는 어떻게 다가갔을까. "분석은 똑같고 기초 역시 똑같이 두고 있다"고 운을 뗀 남경주는 "이전에는 남경주가 조금 알랭에 더 들어가 있었다면 이번에는 알랭에서 남경주를 더 빼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자면 알랭이 변호사인데 알랭도 사람이니까 감정적으로 서로 맞서면 좀 화를 내게 되는데 지금은 조금 더 이성적으로 하려고 한다"며 "화를 덜 내지만 정확하게 말하면서 오히려 말로써 사람을 더 다치게 한다. 다치게 하려는 건 아니지만 상대가 들을 때 더 아프게 들릴 수 있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이번엔 나를 좀 숨기고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번보다 감정의 기복이 더 크지 않아요. 거의 일정한 간격이고 약간 더 차갑죠. 말할 때 감정을 싣기보다 말의 논리적인 부분들이 더 보일 수 있게 하는 거죠. 천천히, 또박또박. 말의 의미를 찾아가는 거예요. 면밀히 분석할수록 말이 더 차지게 들리고 신뢰가 가죠."
베테랑 배우지만 연극 무대가 쉽지만은 않다.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가운데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표현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리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래서 더 공부하고 더 연습하고 있다. 이는 자신의 신념과 버티는 힘이 있어 가능하다고.
작품이 주는 신뢰도 남경주에게 원동력이 된다. '대학살의 신'은 풍자의 재미가 있기 때문에 공감을 이끌어내는 재미가 있다. 시대가 변해도 사람은 변하지 않고 똑같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대학살의 신'은 네 가지 다른 유형의 사람들을 모아놓았어요. 그 사람들을 교묘하게 여러가지로 풍자하죠. 그런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아픔을 주는지, 제목처럼 얼마나 학살 아닌 학살을 하게 되는지 비튼 거예요. 그게 어느 부분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작품 전체에 순간순간 다 들어가 있다어요. 관객들도 공감을 하니까 웃는 거고요."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배우의 역량도 중요하다. 특히 단 네 명의 배우가 이끌어가는 '대학살의 신'에선 배우의 연기력, 말맛 등 베테랑 면모가 작품의 메시지를 전하는데 더 큰 역할을 한다.
"배우는 항상 더듬이가 여러개 있어야 해요. 한 순간이라도 자신의 방향을 잃어버리면 안 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작업들을 해야 하죠. 충분히 준비가 되어 있어야 대처해나갈 수 있어요. 과거와 미래도 중요하지만 저는 현재가 중요해요. 지금까지 실패도 해봤고 성공도 해봤지만 이 모든 것들이 밑거름이 되어 현재가 됐기 때문에 현재에 집중하려 하죠."
남경주는 자신이 연기자로서 추구하는 것은 '인류애'라고 했다. "인류애를 빼놓고는 아무것도 의미가 없다"며 "결국에는 작품을 통해 영감을 받고 위로도 받고 꿈도 꿔야 한다"고 털어놨다.
"배우다운 삶이란 뭘까. 매일 꾸준히 자신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녹슬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맡은 인물로 내가 하고 있는 연극에서 사람들한테 얼마나 배우로서의 어떤 신뢰를 주고 그 인물로서 공감을 할 수 있는가, 그런 부분들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그걸 통해서 남경주의 생활이 보일테니까."
연극 '대학살의 신'. 공연시간 90분. 오는 3월 24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남경주.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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