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수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기기 위한 SK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가드 최원혁(27, 183cm)이 데뷔 후 처음으로 수비5걸에 이름을 올렸다.
최원혁은 지난 20일 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정규경기 시상식에서 박찬희(전자랜드)와 함께 가드 부문 수비5걸 수상자로 단상에 올랐다. 이들 외에 포워드 양희종(KGC인삼공사)과 윤호영(DB), 센터 라건아(현대모비스)도 수비5걸에 선정됐다.
수비5걸을 차지한 5명 가운데 최원혁, 윤호영 등 2명은 생애 처음으로 수비5걸 타이틀을 품었다. 더불어 SK가 수비5걸을 배출한 것은 2007-2008시즌 김기만 이후 11시즌만이었다. 다만, KBL은 2011-2012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한시적으로 비계량 부문에서 수비5걸을 제외한 바 있다.
최원혁은 “외국선수를 열심히 막다 보니 상을 받게 된 것 같다. 팀 동료들이나 감독님, 코치님들이 도와주신 덕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최원혁은 이어 “수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SK’라고 호명될 때 ‘SK?’ 싶었는데 이후 내 이름이 들렸다. 당황스러웠지만 기분은 좋았다”라며 웃었다.
최원혁이 수비에 있어 팀 내 스페셜리스트로 급부상한 것은 2017-2018시즌이었다. SK는 상대팀 주전 가드뿐만 아니라 큐제이 피터슨(당시 KGC인삼공사), 저스틴 에드워즈(당시 오리온) 등 단신 외국선수 수비가 집중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최원혁을 활용했다.
최원혁의 활용도가 극대화된 무대는 원주 DB를 상대로 치른 챔프전이었다. 당시 최원혁은 앞선에서 상대팀 가드를 터프하게 수비하는 것은 물론, 하프라인 부근에서 디온테 버튼에게 순간적으로 협력수비를 펼치며 DB의 공격 템포를 끊는데 공헌했다.
“테리코 화이트에게 하프라인 부근 수비를 맡기면, 너무 뒤로 처져서 돌파를 쉽게 허용한다. 그래서 (최)원혁이에게 이전까지 버튼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기고 있다.” 당시 문경은 감독이 남긴 코멘트였다.
SK는 지난 시즌 개막을 앞두고 핸드볼팀 SK 호크스 코치를 초청, 국내선수들의 사이드스텝을 향상시킨 바 있다. 핸드볼은 농구만큼 격렬한 몸싸움이 펼쳐지고, 보다 민첩한 움직임을 필요로 하는 상황도 많다. 핸드볼 선수들이 소화하는 사이드스텝 훈련을 통해 최원혁의 수비력도 한층 성장했다는 평가다.
SK는 비록 2018-2019시즌을 9위로 마쳤지만, 정상 전력이 가동된 5~6라운드에 5할 이상의 승률(10승 8패)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특히 최원혁은 데뷔 후 처음이자 팀 내에서 유일하게 54경기를 모두 소화했다. 출전시간도 예년에 비해 약 2배 증가한 평균 12분 8초였다. 팀 내 비중이 늘어난 것은 물론, 내구성도 증명해보인 셈이다.
문경은 감독은 “매사에 열심히 임하는 선수여서 원혁이나 (이)현석이는 훈련할 때도 없어선 안 될 선수들이다.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잘해준다. 특히 원혁이는 올 시즌에도 가드가 강한 팀과 맞붙을 때 선발로 투입한 경기가 많았다. 초반 2~3분 동안 볼 투입을 어렵게 하라는 역할을 맡기면 성실히 수행해줬다”라고 최원혁을 칭찬했다.
실제 최원혁은 선발로 12경기에 출전했고, 이 가운데 가드 전력이 좋은 울산 현대모비스, 창원 LG를 상대로 각각 3경기씩 선발로 나섰다. “많은 출전시간을 소화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한다. 3~5분이라도 잘하는 가드 형들을 귀찮게, 힘들게 하자는 마음으로 뛰었다.“ 최원혁의 말이다.
MVP나 신인상, 기량발전상 등이 기자단 투표로 결정되는 반면, 수비5걸과 최우수 수비상은 각 팀 감독들과 KBL 기술위원회의 의견을 취합해 선정된다. 이에 대해 최원혁은 “상대팀 감독님들 입장에서는 에이스를 막는 선수여서 밉상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린다”라며 웃었다.
최원혁은 이어 “예전에는 수비할 때 끊어야 하는 타이밍을 몰라서 적절하게 반칙을 사용하지 못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상대 흐름을 끊는 타이밍이나 방법에 대해 알게 됐다. 경기에 임할 때 긴장도 덜하게 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SK에서 벤치멤버로 감초 역할을 해왔던 최원혁은 2018-2019시즌을 끝으로 당분간 공백기를 갖는다. 최근 상무에 지원했으며, 체력측정도 마쳤다. 최원혁은 상무 합격 여부가 어떻게 나오든 병역의무를 해결한 후 SK로 돌아올 예정이다.
문경은 감독은 “경기운영이나 드리블, 특히 슈팅능력은 보완해서 돌아왔으면 한다. 신인인 우동현은 연습할 때 엄청 얼어있는데, 원혁이는 그런 것은 없다. 항상 당당하고 성실하게 훈련에 임하는 만큼,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원혁. 사진 = 마이데일리DB, KBL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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