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부모님에게 감사하다."
KB 박지수의 아버지는 삼성전자에서 현역을 보냈고, 명지대 감독, 분당경영고 코치 등을 지낸 농구인 박상관씨다. 아버지도 센터였고, 딸 역시 센터다. 아버지도 이름을 알린 센터였지만, 딸은 한국여자농구 계보를 잇는 최고의 빅맨으로 거듭났다.
박지수는 지난 봄~여름 WNBA,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가을 테네리페 여자농구월드컵을 잇따라 소화했다. 때문에 작년 11월에 개막한 WKBL 장기레이스를 치를 몸 상태를 전혀 갖추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국제대회를 준비하는 대표팀은 체력훈련보다 전술훈련에 중점을 둔다. 그러나 프로 장기레이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체력을 확실히 만드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박지수는 이 과정을 건너뛰고 시즌을 치르면서 체력을 올렸다)
냉정히 볼 때 시즌 초반 영향력이 그렇게 압도적이지 않았다. 박지수라는 이름값은 충분히 해냈지만, WKBL을 압도한 정도는 아니었다. 체력적으로 완전하지 못해 포스트업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다. 아직 포스트업이나 1대1 기술이 완숙기에 접어들지 못한 약점도 노출했다.(물론 현재 가진 기술만으로도 WKBL 탑클래스다)
박지수도 이 부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주위에서 시즌 초반에 '힘들지 않느냐'고 했는데, 당시 '사람들의 시각이 다를 수 있으니 그렇게 볼 수도 있다'라고 했지만, 사실 힘이 들었다"라고 돌아봤다.
그때 박지수에게 힘을 준 건 부모님의 따뜻한 말이었다. 박지수는 "하던대로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씀, 다 잘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들었다. (KB)언니들도 옆에서 부담을 짊어질 필요가 없다고 조언해주셨다"라고 돌아봤다.
시즌을 소화하면서 체력을 올리는 작업도 병행했다. 안덕수 감독은 "지수가 포워드들보다 더 빨리 뛰려고 했다. 그 정도 신장을 가진 선수가 그렇게 빨리 뛰는 게 쉽지 않다. 혼도 많이 냈다. 지수에게 고맙다"라고 돌아봤다.
결국 박지수는 시즌 중반 적극적인 1대1 공격을 장착, WKBL을 완벽히 장악했다. 우리은행과의 정규시즌 3~7라운드를 모두 잡는 과정에서 박지수의 영향력은 압도적이었다. 몸 상태가 100%에 가깝게 올라오면서 적극적인 골밑 공격이 빛을 발했다.
이 과정에서 부모님의 쓴소리도 있었다는 게 박지수의 말이다. 그는 "아빠는 내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에 쓴소리도 하셨다. 미국에서 돌아와서 주목을 받았는데 못해서 속상해했다"라면서 "사실 미국에선 신인이라 공을 많이 잡지 못했다. 속상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가면 공격 욕심을 부리고 싶었다"라고 돌아봤다.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아 마음 먹은대로 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런 모습에 박상관 전 감독 역시 속상했다. 박지수는 "아빠와 엄마가 '미국에서 그렇게 마음을 먹었는데 왜 피해 다니고, 공격적으로 하지 않느냐. 속상하다'라고 하셨다. 내 최측근이 부모님인데 당시에는 서운했다"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운동을 해본 부모님의 쓴소리는 딸의 성장에 필요한 부분이었다. 장기레이스를 치를 때, 몸 컨디션을 올리는 과정에서 힘든 시기를 극복하는 단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남이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결국 박지수는 부모님의 쓴소리를 자양분 삼아 스텝업을 이뤄냈다. 팀 성적, 개인의 퍼포먼스에 대한 부담감까지 극복하며 KB를 통합 챔피언에 올려놨다. 자신 역시 만장일치 통합 MVP.
박지수는 "부모님도 속상했을 것이다. 평소에 엄마랑 말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래도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때를 계기로 부모님과 말을 좀 더 많이 할 수 있었다. 부모님에게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박지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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