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714일만의 선발승 요건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1개. 공황장애를 이겨낼 수 있게 도와준 많은 이들이 생각났다. 그러나 안정적이었던 제구가 급격히 흔들렸다. 그들에게 선발승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결국 홍상삼은 나머지 ⅓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두산 홍상삼의 704일만의 선발 등판 스토리다. 홍상삼은 지난 17일 잠실 SK전에 선발투수로 나서 4⅔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5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7-1로 앞선 채 5회를 맞이하며 승리 요건을 눈앞에 뒀지만 2사 2루서 폭투에 이어 김강민에게 적시타를 맞았고, 한동민 타석 때 두 차례의 폭투를 더 범하며 추가 실점했다. 아직 4점의 리드가 유지된 상황. 홍상삼은 결국 한동민을 내야안타로 출루시키고 윤명준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경기 후 만난 홍상삼은 “많이 아쉬웠다. 선발투수라 그래도 승리투수가 돼야 한다는 욕심이 났는데 그게 화를 불렀던 것 같다”며 “5회 2아웃을 잡고 욕심이 많이 생겼다. (폭투로) (박)세혁이가 많이 고생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2군에 있던 홍상삼의 선발 등판은 이용찬의 햄스트링 부상 이탈로 이뤄졌다. 기존 배영수, 이형범, 장원준 등 불펜 자원의 대체 등판이 예상됐지만 김태형 감독은 예상 밖 홍상삼 카드를 택했다. 홍상삼은 그렇게 2017년 5월 13일 사직 롯데전 이후 704일 만에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선발 소식을 들은 홍상삼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는 “갑자기 선발 이야기를 들었다. 계속 중간투수로 준비하고 있었지만 최근 등판이 토요일(13일) 경기라 체력은 많이 비축된 상태였다”라며 “전혀 힘이 없는 상태는 아니었다. 좋은 타이밍에 선발로 나갈 수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못 던져도 후회 없이 던지자는 생각이었다”라고 당시 각오를 덧붙였다.
홍상삼은 데뷔 초만 해도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충암고를 나와 2008년 2차 3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해 첫해 30경기 9승 6패 평균자책점 5.23으로 가능성을 뽐냈고, 2012년 22홀드 평균자책점 1.93을 비롯해 2013년까지 불펜에서 강속구를 앞세워 최고의 필승조로 활약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영광은 없었다. 2014년부터 들쭉날쭉한 제구와 부상으로 인해 2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매 번 찾아오는 기회를 살리지 못해 이른바 ‘애증의 투수’가 돼버렸다.
홍상삼은 결국 지난해 야구를 포기하려는 생각에 이르렀다. 팬들의 적지 않은 비난에 공황장애까지 찾아왔다. 그는 “내가 강한 줄 알았는데 약한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으며 “욕을 하도 많이 먹어서 심리적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압박감이 생겼다. 내 자신을 더 압박하게 됐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 공을 던지자 공황장애가 생긴 것 같다. 정신과 치료도 많이 받았는데 의사들이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다행히 주변의 많은 도움에 힘입어 다시 1군 마운드에 올라섰다. 홍상삼은 “아직도 (공황장애를) 이겨낸 건 아니다. 야구를 포기하려 했는데 1년만 더 버텨보자는 생각으로 했다”며 “2군에서 강석천 감독님과 정재훈 코치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잘 잡아주신 덕분에 조금은 이겨낼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홍상삼은 전날 공 하나하나에 열렬한 응원을 보내준 팀원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남겼다. 그는 “너무 고마웠다”며 “던지면서 한마음이 되는 게 많이 느껴졌다. 한국시리즈 우승한 것도 아니었는데 팀원들의 응원이 보였다. 마운드에서 언제 어떻게 공황장애가 나올지 몰라 노심초사했지만 응원 덕에 힘이 확실히 났다”고 설명했다.
홍상삼은 이날을 계기로 더욱 최선을 다하는 투수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전날 투구로 돌아오는 이용찬 순서에 다시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생겼다. 홍상삼은 “감독님이 기회를 주려고 했으니 2군에 있는 나를 부르셨을 것이다. 보답을 했어야 하는데 많이 아쉽다”며 “또 나가야한다면 결과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홍상삼.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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