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종합
복(伏)날 풍류의 으뜸은 땀 흘리며 먹는 오골계삼계탕
어~ 시원하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지혜
오늘 축제 이야기는 ‘복날 풍류’로 잡았다. 벼가 한 살씩 나이를 먹는다는 삼복더위, 초복에서 말복까지 복 다름 음식으로 몸을 챙기고 정을 나누었던 우리의 옛 풍습은 그야말로 작은 축제!
마당에 솥을 걸고 닭을 삶고 하지감자를 찌면 먹기도 전에 힘찬 에너지가 뿜뿜 솟았을 터. 농사가 생업의 전부였던 시절, 우리 선조들은 여름철 보양음식에 특히 정성을 많이 기울였다.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면 수분이 증발하면서 혈액이 농축된다. 또 위 속의 산도가 떨어져 식욕이 감퇴되는데 우리 선조들은 이를 막기 위해 보양식을 꼭 챙겨 먹었는데 그 중 으뜸 식재료가 닭이었다.
외국 말로 옮길 수 없는 우리 말 중에 하나가 뜨거운데도 ‘어~ 시원하다!’라고 표현 하는 것 아닐까 싶다. 땀을 뻘뻘 흘리며 펄펄 끓는 삼계탕을 먹으면서도 시원하다고 하고, 뜨거운 물속에서도 시원하다는 탄성이 나온다.
청량한 바람이 불 때 느끼는 것이 외피(外皮)적인 시원함이라면 뜨거운 것을 먹고 느끼는 청량감은 내피(內皮)적인 시원함이다.
여름철 삼복더위에 겉피부만 시원하면 뱃속의 열이 빠져나가 몸이 허약해진다. 반대로 내장을 따뜻하게 하면 땀이 배출되면서 몸이 시원해진다. 이것이 바로 이열치열의 원리. 우리 선조들은 이른 봄 농사일을 시작할 때 복날에 쓸 병아리도 미리 염두에 두고 부화 시켰다.
초복, 중복, 말복에 맞춰 부화한 병아리들이 자연에서 나는 싱싱한 사료를 스스로 챙겨 먹고 자라는 모습은 한 폭의 건강한 민속화(民俗畵). 필자가 지역축제 총감독 김종원이라는 이름표를 달기 전에 삼계탕 전문집을 운영했는데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것이 건강한 식재료 확보였다.
소래농원 김연수 사장 덕(德)
착한 요리사는 좋은 식재료를 찾는데 최선을 다한다. 세상 모든 일이 기본에 충실해야 제대로 완성되기 때문. 필자가 삼계탕 전문집을 할 때 소래 농원 김연수 사장을 만난 건 큰 행운이었다.
어떤 일에 십년 이상 매진하면 그 분야에 있어 달인이 되는데 김연수 사장이 닭과 오골계에 정열을 쏟은 시간은 무려 40년 세월이다.
1970년 전라남도 광주에서 오리 부화 사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외길을 걷고 있으니 가히 달인이라고 부를만 하다. 전남 광주, 경기도 소래 , 고양 등을 거쳐 파주시 파평면 덕천리 청정농장을 개축, 소래영농조합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닭고기 품질 인증을 획득한다. 그리고 2003년 닭품종 ‘궁궐’을 개발 특허출원을 했다. 2006년에는 친환경 농산물 인증 및 생산물 배상 책임 보험에 가입해 안전한 먹거리를 추구하고 있는데 이 분야의 생리를 볼 때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김연수 사장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사업 철학으로 삼고 있다. 축산물 브랜드 전에 출품해서 큰 호평을 받은 ‘소래궁궐 토종닭과 오골계’도 김사장의 신념에서 탄생한 명품 브랜드다. 경쟁시대에서 기업간의 승부는 자신이 가진 실력으로 판가름 나는 법, 김연수 사장의 경쟁력은 세계최고의 닭 생산에서 나왔다.
2007년 한국토종닭 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후 닭에 대한 그의 열정을 더욱 뜨거워졌다. 그 덕분에 대통령상, 농림부장관상을 비롯해 많은 상을 거머쥐었다. 또 농업기술 실용화 재단 우리 맛닭 원종계 (GPS) 계약을 체결했고, 오사카 등 해외 전시회도 활발히 참여해 대한민국 닭 위상을 한껏 높였다. 김연수 사장의 이력을 이 자리에서 일일이 피력할 수는 없다. 한 가지 꼭 덧붙이고 싶은 대목은 국제식량기구(FAO) 가축유전자원정보시스템에 김연수 사장의 땀과 눈물이 배인 닭 2품종 5계(鷄)가 등록되었다는 점. 초복 복다름 닭을 즐길 때 출신이 어디인지 따져보는 것도 재미이자 지혜가 아닐까 싶다.
상류층은 칠향 계탕(七香 鷄蕩)을 즐겼다고?
한 때 음식 만드는 일을 업(業)으로 삼았기 때문일까?
필자는 옛 문헌 속에서 음식 이야기를 자주 찾아보는데, 오늘이 초복인 만큼 닭을 재료로 한 풍류 음식을 전해주고 싶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계층에 따라 복 다름 음식이 조금씩 달랐던 모양이다. 상류층이 즐겼던 복날 음식으로 칠향 계탕(七香 鷄蕩)이 등장한다. ‘규합총서’에 보면 일곱가지 향이 난다는 칠향계탕 만드는 방법이 자세히 나온다.
“알에서 깬 지 약 한 달쯤 되는 약병아리를 잡는다. 끓는 물에 약병아리를 한두어 번 담그면 잔털까지 쏙 빠진다. 잘 다듬은 약병아리를 작은 단지에 넣고 이 위에 도라지 한 뿌리 생강 너댓쪽, 파 한줌, 천초 한줌을 넓게 펴서 덮은 다음, 간장과 참기름, 식초 한 방울을 끼얹은 뒤에 기름 종이로 단지 입구를 봉해서 끓는 물솥에 넣어 증기로 쪄낸다.”(규합 총서)
이렇게 증탕(蒸蕩)해서 익힌 칠향계탕을 초복, 중복, 말복 해서 세 번만 먹으면 위장과 신장의 기운이 실해져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또 어떤 약병아리를 잡았느냐에 따라 칠향계탕의 맛이 달라 닭을 선별하는데 신중을 기했다. 그리고 먹는 사람의 성별에 따라 약병아리를 잡았는데 여자가 먹을 칠향계탕은 숫병아리를, 남자가 먹을 것이면 암병아리를 잡았다.
초복, 중복, 말복마다 칠향계탕을 먹자면, 알도 그 시일을 맞춰 부화시켜야 했다. 옛 시절 상류층 음식을 담당하는 찬모의 일 중 삼복 날짜에 맞춰 병아리를 키우는 일도 꽤 중요한 일정이었으리라고 본다.
복날 별미 임자(荏藉) 수탕(水蕩)
조선시대 일반 서민들이 즐겨 먹었던 여름철 보신 음식 중에 이름도 운치 있는 임자수탕이라는 게 있었다. 검은 깨를 흑임자라고 했으니 임자(荏藉)는 하얀 참깨를 이르는 말이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초복. 집집마다 보양식을 만들었는데 임자수탕이 으뜸이었다고 한다.
알에서 깬지 약 100일쯤 되는 약 병아리를 잘 다듬어 푹 고아 놓는다. 약 병아리가 고아지는 사이 껍질을 벗긴 깨를 볶아 맷돌에 갈아 체에 받쳐 깻국물을 만든다. 이 깻국물에 약병아리 삶은 물을 섞어 시원한 우물물에 담가 놓는다. 이것이 바로 임자수탕이다. 이 임자수탕이 우물 속에서 차갑게 식으면 그것을 꺼내 잘게 찢은 고기를 넣고 미나리, 오이채, 버섯 등을 데쳐 찬물에 식혀 고명으로 얹는다.
우리 선조들은 참깨를 삼거지덕(三去之德)을 갖춘 효마자(孝麻子)라고 불렀다. 참깨를 일상식으로 먹으면 늙어서 풍(風)이 안 생긴다 해서 일거(一去)요. 또 흰 머리가 생기지 않는다 해서 이거(二去)요. 참깨를 계속 먹으면 잔 걱정을 덜 수 있다 해서 삼거(三去)라고 했다. 그만큼 영양이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복날에 삼거지덕이 있는 참깨를 갈아 부어 만든 임자수탕을 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싶다.
참깨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조선시대 우리 선조들이 기근을 이긴 것은 참깨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초근목피 산나물, 들나물을 목구멍으로 넘기는 데는 참기름의 힘이 컸다. 산나물을 그냥 목구멍에 넘기자면 한 끼인들 수월히 넘길 수 있었을까? 이렇듯 맛도 없는 푸성귀를 맛나게 먹고 영양을 섭취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가 참기름 덕분이었다. 참깨 꽃이 피면 조선시대 처녀들은 그 꽃을 머리에 꽂고 다녔다. 시집가서 참깨가 열리듯 주렁주렁 아들을 낳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면서 말이다.
소래농원 영농조합 김연수 사장이 심혈을 기울인 오골계는 그냥 닭이 아니다. 동의보감의 요체인 약식동원의 상징일 수도 있는 ‘약용닭’이다. 오골계는 그 역사가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시대에 임금의 수라상에 올랐다는 오골계는 쉽게 맛볼 수 없는 귀한 음식으로 꼽힌다. 그런 만큼 진짜 오골계인지 아닌지 묻고 따져봐야 했다 ‘본초강목’에는 <오골계>는 그 종류가 여러 가지이다.
깃털이 희고 뼈가 검은 닭이 있고, 또 깃털도 검고 뼈도 검은 닭이 있으며 살은 희고 뼈가 검은 오골계도 있다. 그 중 몸보신에 가장 좋은 오골계는 깃털과 상관없이 살과 뼈가 모두 검은 것이어야 한다.
이때 육안으로 봐서는 뼈가 검은지 하얀지 알 수 없다. 이럴 때는 닭의 혓바닥을 보아 혀가 검으면 진짜 <오골계다>라고 나와 있다. 이 책에는 또 ‘오골계를 목성이나 수성이 드는 날에 먹으면 좋다’고 나와 있다.
음양오행으로 볼 때 닭은 목(木)이요, 또 검다는 것은 수(水)를 뜻하기 때문에 오골계 탕을 끓일 때 이를 고려했던 모양이이다.
동의보감에는 오골계의 효능이 ‘간장과 신장의 힘을 북돋아 간장의 기능을 원활하게 하여 체내 독소를 해독하고, 통증과 마비등을 예방하며 관절염 통증에 효험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소래농원영농조합 김연수 사장은 오골계가 성인병 예방에 좋은 리놀렌산 성분이 풍부하고, 두뇌발달에 좋은 DHA가 풍부해 임신기 태아에 좋은 태교음식이라고 한다. 기를 보하고 간장과 신장을 이롭게 하는 보양식품, 피를 새롭게 하고 체력을 돋우는 웰빙식품이 오골계라고 하니 복날 우리 자신에게 오골계를 선물하는 것도 좋은 자기경영이 아닐까 싶다.
덤으로 건강한 이온음료 간장 냉국 한 사발!
냉장고가 없었던 옛 시절에 여름철 복더위를 씻어내기 위해 서민들이 애용했던 청량음료는 단연 갓 퍼 올린 우물물 한 사발이었다. 우물 안의 냉기 때문에 한 여름이면 물안개가 뭉개뭉개 피어올랐던 우물에 얼굴을 디밀면 등이 시원해졌던 추억, 환갑 넘은 사람들은 대부분 간직하고 있다. 이렇게 시원한 우물물로 더위를 식혔던 옛 시절, 어른들은 우물물을 그냥 마시지 않았다. 차가운 우물물에 간장 한 방울을 떨어뜨려 마셨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땀방울로 빠져나간 소금기를 보충하기 위해 간장 한 방울 떨어뜨려 들이켰던 간장냉국 한 사발,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이온음료의 원조, 여기에다 깨소금을 살살 뿌리는 그야말로 천하일품 청량음료였다.
또 상류층에는 봉수탕(鳳髓湯)을 즐겼다고 하는데 이름만 보면 봉황의 골수라는 의미이겠으나 실은 호두로 만든 음료이다. 호두를 잘게 부숴 시루에 찐 다음 꿀을 넣고 재어두었다가 물에 끓여 마신 것이 바로 봉수탕인데 상류층만 마셨다는 봉수탕, 집에서 즐겨보는 것도 여름철 풍류가 아닐까 싶다.
필자 소개
함양 산삼축제 총감독
보성다향대축제 총감독
마포나루새우젓축제 총감독
남해 보물섬마늘축제 총감독
양구배꼽축제 총감독 ... 外 다수 역임
서울정원박람회
사랑의 행복콘서트 가요제
김제 효(孝) 콘서트
김정연의 효(孝).행복 콘서트 .. 外 다수 연출
축제관련 TV토론. 라디오 출연. 포럼 패널. 강연 활동
KBS. TV 조선. MBN 등 토크쇼 출연
(現)2019관악강감찬축제 총감독
(現)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위원장
(現)파주시 정책 자문위원 (문화경제분야)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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