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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케이블채널 엠넷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이하 '프듀X')측이 투표 및 순위 조작 논란에 재차 입장을 밝혔다.
데뷔조 선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유료 투표의 공정성이 문제로 제기된 만큼 진실 여부에 이목이 쏠린 가운데, 엠넷 측이 내놓은 입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부인 대신 "수사 기관 협조"라는 애매한 태도다.
엠넷은 26일 오후 공식 입장을 통해 "'프로듀스X101' 생방송 득표 결과 발표와 관련해 논란을 일으킨 점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운을 떼며 "엠넷은 논란이 발생한 이후에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나, 사실관계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되어 공신력 있는 수사 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엠넷은 수사에 적극 협조해 사실 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질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다"라더니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례적인 사과다. 한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조작 논란이 불거지면 강하게 반박하거나 법적 대응까지 시사하는 경우가 통상적이다. 그만큼 프로그램을 넘어서 방송사의 신뢰도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 그러나 엠넷 측은 문제를 제기한 팬들이 요구하는 데이터 공개 대신 "공신력 있는 수사 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과거 엠넷의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학교', '프로듀스48' 조작 논란 당시에도 침묵을 지켰던 것과는 다른 행보다. 이렇다 보니, 이미 신뢰가 무너진 팬들 입장에서는 엠넷의 애매모호한 2차 대응에 의혹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프듀X'는 지난 19일 생방송 최종회 방영 직후 순위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선발된 11명의 엑스원(X1) 데뷔 멤버들 간의 득표 차가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된다는 주장이 등장하면서부터다. 팬들이 제시한 데이터에 따르면 멤버들 간의 표차는 2만9978표, 11만9911표, 7494~7495표 등으로 일관되게 나타났다.
의혹 초반, 엠넷은 "입장이 없다"라며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았다. 결국 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집결해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고 법무법인을 선임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까지 나서 조작 논란을 강하게 비판, "이건 취업 사기"라며 사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러자 엠넷은 "방송으로 발표된 개별 최종득표수를 집계 및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라며 "제작진이 순위를 재차 검증하는 과정에서 득표율을 소수점 둘째 자리로 반올림하였고, 이 반올림된 득표율로 환산된 득표수가 생방송 현장에 전달됐다"라고 해명했다. 최종 순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정상적인 순위임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팬들이 요구하는 구체적인 자료는 없었다. 득표율로 환산된 득표수를 굳이 따진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엠넷은 '반쪽 해명', '궤변'이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하태경 의원은 다시 나서 "해명이 틀렸다. 오류투성이"라고 주장했고 명확한 데이터 공개를 요구했다.
그럼에도 끝내 데이터 공개를 하지 않은 엠넷이다. 방송사 자체적인 사실관계 파악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수사 기관에 넘겼다. 초강수 대응으로 상황을 정리하려 했지만 의심만 더한 수습이다. 추후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라도, 엠넷의 안일한 태도로 비롯된 신뢰도 하락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 엠넷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DB]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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