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종합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한국 선비문화 축제‘
지금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아찔하다. 마치 흑과 백, 두 개의 거대한 벽이 등을 맞대고 절벽에서 겨루고 있는 듯하다. 한 치의 양보도 조율도 허용하지 않은 꽉 막힌 틀 안에서 헤어나올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만이라도 서로를 보듬어 주면서 지난 5월 3일부터 6일까지 4일간 영주시 소수서원과 선비촌 일원에서 펼쳐진 ‘2019 영주 한국선비문화축제’를 전국 곳곳에서 펼친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라고
우리가 간혹 혼동하는데 선비와 양반은 다르다. 양반은 신분적으로 상층계급에 속한다. 다시 말하면 기득권을 누리는 계층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선비는 권력보다는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의 질을 추구한다. 중앙무대에 나가 권력을 누리기보다는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사람이다. 요즘 녹색생활, 녹색문화, 녹색경제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선비란 바로 녹색생활, 녹색문화, 녹색경제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웰빙과 힐링을 삶의 목적으로 삼고 실천하는 사람이 선비다.
<2019 한국 선비문화 축제>는 이런 선비의 삶을 조망하고, 체험해보는 축제로 요즘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페스티벌이라고 본다. 지역 축제 총감독 시선으로 볼 때 지난 봄 5월3일부터 6일까지 순흥면 소수서원, 선비촌, 선비문화수련원 일원에서 열린 <한국선비문화 축제>는 10점 만점에 9점을 줄 만큼 알찼다.
인형극, 마술공연, 규방공예, 국악공연 등 다양한 체험행사를 통해 아이들도 쉽게 선비정신과 문화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도록 했고, 공연, 전시, 경연 등을 아우르는 프로그램도 알토란 같았다.
장욱현 영주시장이 축제 개막 전 “우리의 전통이 얼마나 우수하고 아름다운 것인지, 선비의 풍류와 멋이 어떤 것인지 체험하고 느끼며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대표적 축제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는데 그 기대감이 90% 정도는 충족되었다고 본다.
세대를 관통한 ‘2019 한국선비문화 축제’
양반은 낡고 고루하지만, 진정한 선비는 시대가 변할수록 신선한 감동이고 충격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살펴보면 양반 중에도 의로운 이들은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사람이 많다. 하지만 비율로 볼 때 그렇지 못한 사람이 태반이다. 선비도 두 부류가 있긴 하다. 양반 행세를 하며 거들먹거리며 무위도식하는 사람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도태되기 마련이었다. 반면에 선비정신으로 중무장한 이들은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다른 사람에겐 부드러운 내유외강 성품으로 지역발전에 공헌하며, 품격 높은 풍류와 해학으로 다양한 선비문화를 만들어냈다.
<2019 한국선비문화축제> 선비정신과 선비문화를 담아내는 훌륭한 시대의 그릇이었다고 본다. 회헌 안향 선생의 육훈정신의 실천을 장려하고자 제작된 고택 뮤지컬 ‘우리 모두가 선비다’ 공연은 큰 공감대를 확보했다. 특히 선비문화 랩배틀은 청소년을 비롯 젊은층에게 큰 호응을 얻으면서 온고지신의 빛을 발했다.
청사초롱을 들고 소수서원의 밤길을 걸으며 소수서원의 정취를 느끼는 ‘밤을 걷는 선비’, 조선시대 선비촌 속 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선비촌이 살아있다’ 및 전통한복체험, 선비문화골든벨, 한시백일장 등의 다양한 체험전도 눈길을 끌었다. 선비문화가 요즘 시대에도 딱 맞는 옷이라는 걸 입증한 좋은 콘텐츠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옛 선비들의 한시문화를 현대화해 1020세대와 선비정신을 소통한 ‘선비정신과 힙합의 만남?선비문화 랩배틀’ 타 축제에서는 만나보기 힘든 이색 프로그램으로 세월이 흐를수록 더 빛나는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통합 브랜드가 필요한 ‘영주시 축제’
영주시 ‘한국선비문화 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관광축제에 2년 연속 선정되었다. 또 경북도 우수축제로 모두가 인정하는 축제다. 조선시대 선비마을을 연상케 하는 축제장은 기와·초가집과 정자가 어우러지고 산책코스로 적당한 잔디밭과 소나무 숲은 도시민의 지친 일상에 쉼표를 찍어준다. 그야말로 힐링과 치유의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선비정신과 선비문화가 일상생활에 접목되기를 바라는 <한국 선비문화 축제> 이외에 영주시가 자랑하는 축제가 여럿 있다. 봄에는 앞서 언급한 <한국선비문화축제>와 <영주 소백산철쭉제>가 열리고 가을에는 <영주사과축제> <영주 풍기 인삼축제>가 관람객을 유혹한다.
5월이면 철쭉제 열리는 소백산은 우리나라 12대 명산 가운데 하나로 여름에 초원, 가을 단풍, 겨울 눈꽃, 봄에는 분홍색 철쭉으로 뒤덮여 '천상의 화원'이라고 불린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수로부인도 반했다는 영주소백산 철쭉은 3년이면 개화하는 다른 곳 철쭉과는 달리 7년 만에 꽃이 피는 낙엽성이다. 그런 만큼 기상변화와 자연훼손에 민감할 것이라고 본다.
영주부석사과축제 기상변화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다가 타지역이 많은 사과 산지에서 사과 축제를 개최하기 때문에 남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은행나무가 한창 물들어 아름다움을 뽐 낼 무렵 부석사에서는 영주사과축제가 개최되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하지만 지역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영주 풍기인삼축제도 다르지 않다. 주세붕이라는 걸출한 인물을 배출한 덕분에 관련 콘텐츠가 많이 있기는 하지만 축제에 공을 들인 것에 비해 가성비는 낮다.
풍기인삼 축제 콘텐츠를 보면 우량인삼선발대회, 인삼 깎기 경연, 풍기인삼 경매, 풍기인삼 홍보대사 선발대회, 소백산 풍기인삼가요제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있지만 풍기인삼이라는 타이틀을 빼면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특효약이다. 지역축제총감독으로써 제안을 하자면 <4개의 축제를 관통하는 영주시 축제 브랜드>다. 삼성과 LG가 생산하는 많은 가전제품이 소비자에게 먹히는 이유는 삼성과 LG의 브랜드파워 덕분이다. 일관된 통합 메시지가 힘을 구축해 눈덩이 효과를 갖는 것처럼 영주시 축제도 제대로 된 통합브랜드 1개를 만들어 영주시가 개최하는 전 축제에 적용하면 기억되는 축제, 또 가보고 싶은 축제로 거듭날 것이라고 본다.
한국 서원 유네스코 등재 쾌거
지난 9월 20일 경상북도는 영주 소수서원에서 ‘한국의 서원’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하는 선포식을 개최했다. 지난 7월 6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 서원이 우리나라 14번째로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이번에 등재된 9개 서원을 보면 경상북도 내 서원이 5개나 된다. 소수·도산·병산·옥산서원 등은 경북에 있고 도동·남계·필암·무성·돈암서원 등은 타지역에 있다.
지난 9월20일 선포식은 국민과 함께 세계유산 등재를 축하하기 위한 자리로세계유산 표지석 제막과 등재선포를 통해 우리나라 전통유산의 우수성과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마련되었다고 한다.
필자는 선포식은 영주시 소수서원에 가진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경상북도 이철우 지사는 “세계유산을 최다 보유한 광역지자체의 위상에 걸 맞는 체계적인 보존관리시스템 구축은 물론, 인류와 함께 유산의 가치를 함께 향유할 수 있도록 홍보 및 관광자원화 하는데 힘써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는데 어쩌면 영주시가 주축임을 천명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할 일 많아진 장욱현 영주시장
서원은 조선시대 학자들이 후학양성을 위해 만든 사설 교육기관이다. 본래 서원의 설립 목적은 ‘어진 이를 높여 선비를 기른다’는 존현양사(尊賢養士)!
서원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선비정신을 중요시한 서원의 정신적 가치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
서원을 삶의 본원지로 삼은 선비들은 물질적 욕망에 집착하지 않았다. 아울러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실천에 옮겼다. 우리의 선비정신은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서구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궤를 같이한다. 그래서 이 시대에 선비정신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원은 선조들의 애향심과 선비정신, 선비문화를 배울 수 있는 역사 학교다. 선조들은 중앙의 관직에 진출했다가도 벼슬에서 물러나면 고향으로 돌아와 서원에서 후진 양성에 생을 바쳤다. 이황 선생은 43세 이후 도산서원에서 후학 양성에 전념하고 행동하는 양심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줬다. 류성룡 선생도 관직에서 물러나 병산서원에서 후학을 육성했다. 안향 선생을 배향한 소수서원은 두말 할 것이 없다. 이번에 세계 유네스코에 등재된 서원 모두 가 우리가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봐야 할 곳에 속한다.
우리 서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시사하는 바는 일일이 설명할 수 없을만큼 크다. 지역축제 총감독으로 선비문화축제와는 별도로 <대한민국 서원 페스티벌>(가칭)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굴뚝같다. 전국 청소년들이 서원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역사교육을 없을 것이다.
서원을 축제 콘텐츠로 만들기 위해서는 축제전문가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주먹구구식으로 축제를 만들면 고리타분하고 재미도 없다. 축제는 재미와 감동, 정보 이 세 가지를 충족해야 한다. 이 세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앙꼬없는 찐빵이 되고 만다.
서원을 모티브로 한 축제는 특히 전술과 전략이 완벽해야 한다. 축제로 만들기에 어려운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우리 서원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기쁨이 희석되기 전,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장욱현 영주시장이 어떤 행보를 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필자 소개
함양 산삼축제 총감독
보성다향대축제 총감독
마포나루새우젓축제 총감독
남해 보물섬마늘축제 총감독
양구배꼽축제 총감독 ...
지리산 산청 곶감 축제 총감독
귀주대첩 1,000주년 관악 강감찬 축제 총감독 .. 外 다수 역임
서울정원박람회
사랑의 행복콘서트 가요제
김제 효(孝) 콘서트
김정연의 효(孝).행복 콘서트 .. 外 다수 연출
축제관련 TV토론. 라디오 출연. 포럼 패널. 강연 활동
KBS. TV 조선. MBN 등 토크쇼 출연
(現) 귀주대첩 1,000주년 관악강감찬축제 총감독
(現)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위원장
(現)파주시 정책 자문위원 (문화경제분야)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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