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직 만족하지 못한다."
우리은행 박혜진은 수훈선수 인터뷰를 할 때 "만족하지 못한다"라는 식의 말을 자주 한다. 실제 위성우 감독이나 우리은행 관계자는 "혜진이가 농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위 감독에 따르면, 박혜진은 현재 오른 팔근육이 찢어진 상태다. 경기를 보면, 순간적으로 불편해하는 표정이 나온다. 슛 밸런스가 완전하지 않다. 그래도 실전서 스스로 극복하려는 의지, 더 높은 레벨로 올라가기 위한 고민이 엿보인다.
지난달 21일 삼성생명과의 시즌 첫 경기. 우리은행은 임영희 코치의 현역 은퇴, 박지현의 더딘 성장, 최은실의 완전하지 않은 컨디션 등 여러 악재들이 있었다. 패턴이든 프리오펜스든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 박혜진이 해결사 역할을 해내야 했다. 그러나 박혜진도 공격제한시간 2~3초를 남기고 머뭇거리다 상대에 흐름을 넘겨주는 모습이 몇 차례 있었다. 우리은행은 그날 졌다.
중요한 건, 이후 4연승을 하는 동안 박혜진의 그런 모습이 거의 사라졌다는 점이다. 르샨다 그레이와의 2대2 옵션이나 김정은, 최은실 등을 활용하는 세트플레이가 통하지 않을 때, 곧바로 자신이 해결하거나 최근 슛 감각이 좋은 김정은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본인도 그 부분을 인지하고 수정했다. 박혜진은 "그 부분을 고치기 위해 시간을 끌지 말고 더 적극적으로 해야겠다고 느꼈다. 나 역시 공을 너무 끌면 안 되니 공을 주고 움직이고, 다시 받아서 플레이 하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슛 밸런스가 좋지 않지만, 찬스에선 과감하게 계속 올라간다. 슛 타이밍에 슛을 시도하지 않을 때 팀 공격 리듬이 끊기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또한, 계속 실전서 슛을 던져야 슛 감각을 찾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렸다.
박혜진은 "팔 근육이 찢어졌지만, 핑계를 대면 안 된다. 사실 괜찮다가도 어느 동작에선 확 아프기도 했다. 그래도 경기 중에는 잊어버리고 경기에만 집중한다. 슛은 들어가지 않더라도 던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컨디션이 좋은 김정은을 적극 활용하는 부분, 외국선수 르샨다 그레이와의 2대2 완성도가 올라가는 부분도 돋보인다. 그러면서 자신이 해결해야 할 때를 알고 움직인다. 1일 신한은행전의 경우, 2쿼터 지역방어에 고전할 때 흐름을 바꾸는 3점포를 터트렸다. 경기막판 상대 추격에 노련하게 대처, 신한은행 수비수들의 수비 불안을 틈타 파울을 얻어내 자유투로 결정적인 점수를 올렸다.
위성우 감독은 "혜진이는 슛 밸런스가 조금 좋지 않지만, 전체적인 경기력은 시즌 초반에 비해 점점 올라오고 있다. 신한은행전도 혜진이가 풀어줘서 이긴 경기다. 결국 혜진이나 정은이가 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 임 코치의 공백을 확실히 메워야 한다는 책임감, 자신의 경기력 향상에 대한 생산적 고민이다. 박혜진은 "더 잘해야 하는데, 임영희 코치님보다 부족하다. 2대2도 부족하다. 임 코치님보다 활동량은 많지만, 팀의 중심을 잡는 부분은 부족하다. 그레이의 '잘 하고 있다, 잘 해보자'라는 말이 고맙다"라고 했다.
예를 들어 "상대 수비가 변화할 때 말로 '수비가 바뀌었어'라고 말하면 쫓긴다. 내가 직접 정리를 해줘야 한다. 그걸 알면서도 막상 혼돈이 올 때가 있다"라고 했다. 박지현에 대해서도 "아직 정신이 없을 것이다. 내가 좀 더 쉬운 찬스를 만들어주고 살려줘야 하는데, 내 경기력을 올리는데 급급해 많이 도와주지 못했다"라고 했다.
최근 몇 년간 박혜진의 국제대회 경기력에 대해 농구계의 여러 평가가 있다. 어쨌든 WKBL에선 최고 레벨의 가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려고 하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자세, 자신뿐 아니라 팀의 진짜 에이스가 되기 위한 치열한 고민은 당연하기도 하지만, 인상적이다. 타 구단 한 지도자는 "좋은 선수다. 그런 자세는 박수 받을 만하다"라고 인정했다.
위 감독은 최근 박혜진을 두고 "안쓰럽다"라고 했다. 고마움과 미안함이 함축된 말이다.
[박혜진.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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