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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은 세종(한석규)은 관노 장영실(최민식)의 능력을 알아보고 종3품 대호군의 직위를 내린다. 물시계, 천문 관측기 등을 만들며 20년간 꿈을 함께한 이들은 서로를 향한 배려, 존중, 위로의 관계를 쌓아간다. 명나라의 사신이 내정을 간섭하는 가운데 세종이 타는 가마 안여가 부서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장영실의 과실 여부를 두고 세종과 신하들이 격렬하게 대립한다.
허진호 감독의 ‘천문’은 '대호군 장영실이 안여 만드는 것을 감독했는데, 튼튼하지 못하여 부러지고 허물어졌으므로 의금부에 내려 국문하게 하였다'라는 ‘세종실록’의 기록을 바탕으로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이다. 장영실이 역사에서 갑자기 사라지기 전까지 세종과의 관계를 ‘벗’으로 설정한 이 영화는 조선의 두 천재가 서로의 꿈을 향해 뜻을 합치는 모습을 통해 깊은 울림과 진한 여운을 전한다.
장영실이 세종을 위해 창호지에 별을 그려놓는 장면은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영상미로 시선을 사로 잡는다. 나란히 누워 별을 감상하는 모습부터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손을 꼭 쥐는 장면에 이르기까지 ‘천문’은 신분을 넘어선 세종과 장영실의 우정을 따뜻하게 시종 그려낸다. 반면, 명나라 사대주의에 젖어있는 신하들과의 마찰은 긴장감 넘치는 장면으로 담아내 극 후반부의 뜨거운 감동에 힘을 실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특히 최민식과 한석규는 ‘연기神’의 배틀을 펼친다. 아이처럼 즐거워하며 발명에 재미를 붙이는 모습부터 세종을 위해 큰 결심을 하는 장면에 이르기까지 그는 카리스마를 제대로 터뜨린다. 한석규 역시 인자하면서도 품위 있는 세종을 열연했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 이어 대중의 기억에 남을 만한 세종을 또 다시 세상에 보냈다. 허준호와 신구의 연기는 소름이 끼칠 정도의 강렬함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데뷔작 ‘8월의 크리스마스’를 비롯해 ‘봄날은 간다’ ‘외출’ ‘행복’ ‘호우시절’에서 알 수 있듯, 허진호 감독은 두 인물이 만나 어떤 관계를 맺었다가 다시 헤어지는 이야기를 섬세한 터치로 그려내는데 정평이 났다. 브로맨스 영화인 ‘천문’에서도 그의 장기가 도드라진다. 장영실은 곤장을 맞고 역사에서 사라졌다. 실록은 더 이상 그의 기록을 전하지 않았다. 그는 과연 어디로 갔을까.
장영실은 세종과 함께 밤하늘의 별로 빛나고 있을 것이다.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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