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 남아있다. 하지만 막판 1분만 뛰어서 기록이 이어지는 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 기록 자체도 존중받지 못할 것 같았다.” KT 주장 김영환의 연속 경기 출전이 중단된 것에 대한 서동철 감독의 솔직한 속내였다.
부산 KT는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서 13승 10패를 기록, 전주 KCC와 공동 3위에 올라있다. 비록 지난 17일 안양 KGC인삼공사에 70-84로 패해 8연승에 실패했지만, 시즌 초반 부진에 빠졌던 것을 감안하면 대단히 의미 있는 연승 행진이었다.
2라운드까지 KT의 행보는 썩 좋지 않았다. 지난달 10일 인천 전자랜드에 70-91로 패, 4연패를 당해 8위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외국선수들의 시너지효과는 기대치를 밑돌았고, 이로 인한 팀 공격력의 기복도 컸다.
김영환이 슬럼프에 빠진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KT가 4연패를 당한 전자랜드전까지 김영환의 올 시즌 기록은 12경기 평균 3.1득점 3점슛 성공률 13.3%에 불과했다. 무득점에 그친 것도 6경기에 달했다.
서동철 감독은 KT, 김영환의 부진이 겹쳤던 시기에 대해 “(김)영환이가 부진했던 것도 팀 입장에서는 뼈아팠다. 영환이는 화려하지 않지만 슛, 리바운드로 팀에 기여하는 선수다. 그런데 오픈찬스마저 슛이 안 들어가니 팀 입장에서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밖에 없었다”라고 돌아봤다.
슬럼프가 길어졌던 탓에 김영환의 연속 경기 출전 기록도 중단됐다. 김영환은 지난달 6일 창원 LG전에 결장, LG 시절 포함 281경기 연속 출전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서동철 감독도 “연속 경기 출전이 끊긴 것에 대해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 남아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281경기 연속 출전은 KBL 역대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지만, KT 입장에서 김영환의 300경기 연속 출전이 무산된 것은 분명 아쉬움이 남을 터. 이는 KBL 출범 후 이정현(KCC·401경기), 추승균(전 KCC·384경기), 주희정(전 삼성·371경기) 등 단 3명만 달성한 진기록이었다. 김영환에 이어 함지훈(현대모비스)도 223경기에서 마침표를 찍어 당분간 도전할만한 선수가 없다.
서동철 감독 역시 기록 행진 중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김영환이 인위적으로 기록을 이어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결정을 내렸다. “기록에 대해선 나도 알고 있었고, 승패가 갈린 경기 막판 1분이라도 뛰게 할 순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기록이 이어지는 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 기록 자체도 존중받지 못할 것 같았다.” 서동철 감독의 말이다.
서동철 감독의 판단을 비난할 순 없었다. 김영환의 기록도 중요하지만, KT 입장에서는 분위기를 전환하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라는 스포츠계의 격언도 있지 않은가.
베테랑인 만큼, 기술적으로 전한 조언은 없었다. 서동철 감독은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면담을 통해 ‘요새 너무 부진하다. 알아서 살아나야 한다’라는 말만 했던 이유다. 영환이는 몸이 조금 풀려야 경기력이 발휘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선발로 투입하는 것 외에는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서동철 감독의 바람이 통했던 걸까. 김영환은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부활했다. 지난달 24일 고양 오리온전을 시작으로 7경기 연속 두 자리 득점을 올렸고, KT도 7경기 모두 이기며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전창진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시절 이후 3,346일만의 7연승을 질주했던 KT의 상승세는 KGC인삼공사를 만나 꺾였다. 김영환(9득점)의 7경기 연속 두 자리 득점 행진도 제동이 걸렸다. KT는 에이스로 활약해왔던 허훈이 갑작스럽게 허벅지부상을 입어 정상전력을 가동할 수 없었고, 결국 악재를 극복하지 못했다. KT는 허훈의 공백 기간을 2~3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바쁜 꿀벌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라고 했다. KT로선 허훈의 공백을 딛고 상위권을 유지해야 KGC인삼공사전 패배도 마침표가 아닌 쉼표로 회자될 것이다. “(허)훈이가 갑자기 빠져 밸런스가 깨졌지만, 어쨌든 벌어진 일이다. 훈이 없이 치르는 경기를 잘 준비할 것”이라고 말한 서동철 감독과 KT는 20일 전주 KCC와의 원정경기를 통해 분위기 전환을 노린다.
[김영환.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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