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동생이 올리고 언니가 때리니 도쿄올림픽행 티켓이 찾아왔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지난 12일 태국 나콘라차시마 찻차이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대륙예선 태국과의 결승전에서 세트 스코어 3-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아시아대륙예선 우승국에게만 주어지는 2020 도쿄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따내며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의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이다.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이 한층 더 성숙된 기량으로 도쿄행에 힘을 보탰다. 언니 이재영은 허리 부상에도 결승전서 에이스 김연경(22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8점을 담당했다. 3세트 12-14에서 3연속 득점으로 분위기를 바꾼 장면이 백미였다. 조별예선부터 풀타임을 소화한 동생 이다영은 안정적인 토스로 국가대표 주전 세터의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
이재영은 경기 후 “부상이 다들 많았다. 나를 비롯해 (김)연경 언니, (김)희진 언니 모두 부상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오히려 더 끈끈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자신감도 많았다. 잘 끝나서 후련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야말로 부상 투혼이었다. 준결승 대만전에 이어 경기 당일 오전까지 허리 통증이 있었다. 그러나 결승전을 웜업존에서 보낼 순 없었다.
이재영은 “준결승 때 안 좋았고 오늘(12일) 오전까지도 걱정이 많았다.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그래도 이 악물고 했다. 경기 때는 안 아파서 다행이었다”라고 했다.
그 어느 때보다 간절했기에 올림픽행이 확정되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이재영은 “부상이 많아 연습도 많이 못하고 다 참으면서 어쩔 수 없이 했다. (김)연경 언니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안 좋았는데 경기 때 간절함이 컸던 것 같다. 이번엔 꼭 올림픽에 진출하고 싶었고, 너무 좋아서 다 같이 울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재영은 이어 “소름이 많이 끼쳤다. 배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정말 꿈에 그리던 무대인데 꼭 한번 메달을 따고 싶다. (김)연경 언니 있을 때 한번 해보고 싶다”고 올림픽을 향한 각오를 다졌다.
동생 이다영은 언니보다 더 큰 부담 속 예선전에 임했다. 국내 정상급 공격수들의 득점을 돕는 ‘국가대표 세터’이기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이다영은 “부담감도 너무 컸고 긴장도 많이 해 어려운 경기를 했다. 그래도 올림픽 티켓을 따서 정말 기쁘다”라고 말했다.
라바라니 감독과 주장 김연경의 조언 및 격려가 토스 안정에 큰 도움이 됐다. 먼저 라바리니 감독에게는 “경험도 부족하고 아직 경기 운영도 미숙해 감독님이 많은 주문을 해주셨다. 감독님 주문대로 하면 칭찬, 표현을 많이 해주셨다”고 감사를 표했다.
코트에선 든든한 언니 김연경이 버팀목이 됐다. 이다영은 “아무래도 이런 큰 경기가 처음이라 부담감, 긴장감이 커서 많이 흔들렸는데 언니가 괜찮다고 옆에서 달래줬다. 경기 끝나고서는 ‘고생했다. 도쿄 가자. 수고했다’고 말해줬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다영 역시 경기 후 눈물로 그간의 마음고생을 씻어냈다. “많이 힘들었다”는 그는 “태국에 오면서 부상자가 너무 많았는데 다 통증을 참고 모든 걸 쏟아부었기에 다들 울컥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오늘(12일) 경기가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될 것 같다. 앞으로도 큰 경기가 많지만 오늘은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벅찬 소감을 덧붙였다.
이다영의 시선은 이제 올 여름 올림픽 본선 무대로 향한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나섰던 언니와 달리 이다영은 이번이 올림픽 첫 출전이다.
이다영은 “많이 응원해주신 덕분에 올림픽 티켓을 땄다”고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올림픽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재영(좌)과 이다영. 사진 = 마이데일리 DB, FIVB 제공]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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