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여기에 정의는 없고, 양심도 없다. 오직 살아남으려는 욕망만이 발버둥친다. 서로가 서로를 뻘밭으로 끌고 들어가는 연쇄고리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속고 속이는 배신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물욕에 눈이 먼 인물들은 예상치 못한 결말과 맞닥뜨린다. 돈에 무관심했던 누군가도 눈을 질끈 감고 돈가방을 집어든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치밀한 구조와 압도적 흡인력으로 인간 욕망의 끝이 어딘가를 묻는다.
사라진 애인 때문에 사채 빚에 시달리는 출입국 관리국 공무원 태영(정우성), 목욕탕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가장 중만(배성우),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하는 연희(전도연) 앞에 돈가방이 나타난다. 여기에 고리대급업자 박사장(정만식), 빚 때문에 가정이 무너진 미란(신현빈), 겉으론 강해보이지만 속으로는 나약한 불법체류자 진태(정가람), 가족 생계가 우선인 영선(진경), 치매를 앓고 있는 순자(윤여정)가 얽히면서 파국의 그림자가 다가온다.
김용훈 감독은 소네 케이스케의 원작 소설을 영리하게 각색했다. 중요 등장인물 두 명을 하나의 캐릭터에 합쳐 스토리를 빠르게 전개하는가 하면, 꼭 필요한 인물만 최소한으로 등장시켜 복잡한 사건을 효율적으로 진행시킨다. 원작의 나선형 플롯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마지막에 희망인지, 또 다른 절망인지 모를 열린 결말을 채택함으로써 이 지독한 이야기를 한번 더 숙고하게 만든다.
피도 눈물도 없는 하드보일드 스타일로 달리다가도 위트와 유머를 적재적소에 집어넣어 숨통을 틔우는 것도 잊지 않는다. 1장 ‘빚’부터 6장 ‘돈가방’에 이르기까지 각 장에 딱 들어맞는 스토리를 집어넣어 관객의 이해도를 높인 점도 돋보인다(빚과 돈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닌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인물들의 절박한 상황과 행동이 어느 순간에 교차할 때 퍼즐을 짜맞추는 재미도 쏠쏠하다.
8명에 달하는 주요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뛰어나지만, 그 가운데 전도연의 카리스마는 파워풀하다. 극 중반부에 등장하자마자 영화의 분위기를 한 손에 틀어쥐고 끌고 가는데, 실로 어마무시하다. ‘피도 눈물도 없이’(2002)의 강렬한 느낌을 더욱 극한으로 몰아붙인 느낌이다. 정우성은 원작의 비열한 형사에서 출입국 관리국 공무원으로 바뀐 태영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게 연기했다. 두 배우 외에도 주연과 조연, 단역 가릴 것 없이 모두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돈 앞에서는 누구도 믿지 마. 부모라도”라는 대사는 이 영화의 핵심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 지독하면서도 싸늘한 대사가 섬뜩하게 들려올 무렵, 이런 질문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절망에 빠져 있는 내 앞에 돈가방이 떨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사진 = 메가박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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