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韓 넘어 아시아 최초!"…봉준호 '기생충', 감독상→작품상 4관왕 달성 '대기록' [2020 아카데미]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봉준호 감독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 문턱을 성큼 넘었다. 각본상, 감독상, 국제 영화상, 작품상까지 무려 4관왕을 달성하며 한국을 넘어 아시아계 영화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겼다.

10일 오전(한국 시각), 미국 LA 돌비극장에선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2020)이 열렸다.

이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각본상(Original Screenplay), 미술상(Production Design), 편집상(Film Editing), 국제 장편 영화상(International Feature Film), 감독상(Directing), 작품상(Best Picture)까지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는 한국 영화 101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 특히나 비영어권 작품이 이례적으로 '오스카상(아카데미)' 주요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전 세계적인 관심을 이끌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백인들의 잔치'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보수적인 성격을 가진 영화제이기 때문.

'기생충'이 그런 '오스카상'의 문턱을 넘으며 전 세계 영화 시장에 뜻깊은 의미를 썼다. 이동진 영화 평론가는 "올해 '오스카상' 후보에서 '기생충'을 빼고 보면 정말로 우리가 농담처럼 말하는 '로컬 영화제', 완전히 백인 영화제가 된다. 아카데미 입장에서도 '기생충'은 반드시 필요한 영화였다"라고 짚었다.

그는 "이번 '기생충' 수상이 더 큰 각광을 받게 되면 아카데미 역사에도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라고 특별한 의미를 강조했다.

'기생충'은 이변 없이 '국제 장편 영화상' 트로피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각본상' '감독상' '작품상' 수상까지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세계적인 거장 감독들의 작품들 사이 '기생충'의 이름이 연이어 '오스카상'에 울려 퍼지며 감동을 자아냈다.

재치 넘치는 입담을 자랑하는 봉준호 감독이기에, 수상 소감을 듣는 재미도 컸다. 특유의 유머로 할리우드 스타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든 봉준호 감독이다.

먼저 각본상 수상에서 봉준호 감독은 "시나리오를 쓴다는 것은 사실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다"라며 "국가를 대표해서 시나리오를 쓰는 건 아니지만, 이 상은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상이다.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언제나 제게 많은 영감을 주는 아내에게도 감사하고 저의 대사를 멋지게 화면에 옮겨주는, 현장에 와 있는 '기생충' 배우들에게도 감사하다"라고 공을 돌렸다.

한진원 작가는 먼저 "땡큐 디렉터 봉, 땡큐 마이 맘"이라고 외친 뒤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듯, 한국엔 충무로가 있다. 저의 심장인 충무로의 모든 필름메이커들, 스토리텔러들과 이 영광을 함께 나누겠다"라고 말했다. 뒤이어 그는 "땡큐, 아카데미!"라고 소리쳤다.

각본상 수상은 한국 영화 최초이자, 아시아계 작가가 각본상을 탄 것 역시 92년 오스카 역사상 '기생충'이 최초로 달성한 일이기도 하다.

'국제 장편 영화상' 수상에선 "외국어 영화상에서 국제 장편 영화상으로 이름이 바뀐 첫 번째 트로피를 받게 되어 더더욱 의미가 깊다"라고 강조했다.

봉준호 감독은 "그 이름이 상징하는 바가 있는데, '아카데미 시상식'이 추구하는 방향에 지지와 박수를 보낸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그는 "영화를 함께 만든 멋진 배우와 모든 스태프들이 여기에 왔다. 사랑하는 송강호, 이선균, 최우식, 박소담, 박명훈, 이정은, 장혜진, 조여정 등 모든 예술가들에게 찬사를 보낸다"라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은 "오늘밤은 술 마실 준비가 되어 있다. 내일 아침까지 말이다"라고 영어로 소감을 남겨 폭소를 유발했다.

영광의 '감독상' 또한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차지였다. 이는 한국 영화 최초이자, 아시아계 감독으로는 대만 출신 리안 감독 이후 두 번째다.

봉준호 감독은 "국제 장편 영화상을 받고 오늘 할 일은 끝났구나 릴렉스를 하고 있었다.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어릴 때 영화를 공부하던 시절, 항상 가슴에 새긴 말이 있다. '가장 개인적인 게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문구로 어느 책에서 읽은 것이다. 바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님의 말이다"라고 전해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었다.

봉준호 감독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님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들 모두 같이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제가 상을 받을지 전혀 몰랐다"라고 감격에 젖었다.

또한 그는 "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텍사스 전기톱으로 이 트로피를 다섯 개로 잘라서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더했다.

무엇보다 '기생충'은 '작품상' 트로피까지 품에 안으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1917'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가장 치열하게 경쟁을 벌였던 바. 결국 '기생충'이 당당히 수상작으로 호명되며 봉준호 감독부터 주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등 영화의 주역들이 무대에 올라 기쁨을 나눴다.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는 "말이 안 나온다. 상상도 못 한 일이 실제로 이루어지니까 너무 기브다"라며 "지금 이 순간에 너무 의미 있고 상징적인, 시의적절한 역사가 씌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결정을 해준 '아카데미' 회원분들에게 경이로움을 보낸다.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 = AFP/BB NEWS, CJ엔터테인먼트]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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