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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할리우드 명배우 제인 폰다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호명하기 직전, 그는 수상작 이름이 적혀 있는 카드를 보고 3초간 침묵했다. 이어 “패러사이트(Parasite)”라고 외쳤다.
제인 폰다도 아카데미 92년 역사상 최초로 비영어권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한 듯 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의 돌비 극장(Dolby Theatre)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를 넘어 세계 영화사의 역사를 새로 썼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거머쥔 영화는 1955년 델버트 맨 감독의 '마티'에 이어 두 번째다. 또 외국어 영화가 작품상을 거머쥔 것은 역대 최초다. 앞선 12편의 영화는 작품상 수상에 실패했다.
CNN는 “봉준호를 위한 파티를 준비하라”는 기사로 역대급 반전 드라마를 축하했다. 실제 백인, 남성, 중산층 중심의 아카데미는 그동안 비영어권 영화를 외면했다. 아카데미가 인종, 여성에 문화를 개방하면서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이 가능했다.
이 매체는 “많은 사람들이 '1917'이 선두라고 생각했던 걸 감안한다면 이건 놀라운 결과이지만 시상식 시즌 동안 업계, 비평가들이 보여준 '기생충'에 대한 찬사에 비추어 보면 완전한 충격은 아니다"라고 했다.
AP통신은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은 세계의 승리”라고 평했다. 미국영화, 백인중심의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독식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은 아카데미가 세계 영화의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봉준호 감독은 국제장편상을 수상하며 “외국어영화상에서 국제장편영화상으로 이름을 바꾼 첫 해에 상을 받아 뜻깊다”면서 “아카데미가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외국어영화가 마침내 오스카상을 정복했다"며 "'화이트오스카'에 대한 역사적인 승리다. 계급 투쟁을 이야기한 '기생충'은 유권자들이 미래를 동시에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고 호평했다.
버라이어티는 ‘기생충(Parasite)’과 ‘스윕(Sweep)’의 합성어 ‘Parsweep’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주요 카테고리인 작품, 감독, 각본, 국제장편을 휩쓸었다는 의미다.
이 매체는 “‘기생충’이 아카데미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면서 “한국의 스릴러가 시상식 시즌을 훌륭하게 마무리했다”고 평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배우 부문에 후보를 내지 못한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흔치 않을 일”이라면서 “‘기생충’은 아카데미의 역사를 바꿨다”고 전했다.
봉준호 감독은 시상식 직후 한국기자단과 인터뷰에서 "선댄스영화제에서 '미나리'가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며칠 뒤에 '기생충'이 오스카에서 기쁜 소식을 전했다. 이런 연이은 낭보들이 계속 되면 좋겠다. 억지 흐름이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많은 재능이 꽃을 피우고 있다"고 말한 뒤 "외국어영화상이 국제영화상으로 바귀었다. 이 인터내셔널이라는 새로운 명칭이 상징하는 바가 있다. 그게 오스카가 하고자 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더라도 그들도 노력을 하고 있는 거다. '기생충'도 그 방향에 맞게 공헌을 했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다 좋은 상황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사진 = AFP/BB NEWS]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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