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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지더라도 박지현에게 공격을 시켜야겠다 싶었다."
우리은행은 2년만의 정규경기 우승까지 매직넘버 1이다. 5일 KB전 승리가 결정적이었다. 백미는 48-51로 뒤진 경기종료 1분21초 전이었다. 좌중간의 박지현이 르샨다 그레이의 스크린을 받고 골밑으로 들어갔다. 우중간의 박혜진이 정확히 패스했다. 박지현의 노마크 골밑슛. KB는 심성영이 그레이의 스크린에 걸리자 대처가 되지 않았다. 1점 차로 추격하는 득점.
이후 박지현은 상대 아웃 오브 바운드를 저지하는 스틸에 에어 속공을 전개, 50.5초를 남기고 골밑으로 뛰던 김소니아에게 연결, 역전 결승득점을 어시스트했다. 즉, 박지현이 절체절명의 순간, 결정적 4득점에 모두 관여했다.
일단 자신이 올린 득점은 위성우 감독이 즉석에서 지시한 패턴이었다. 만약 심성영이 박지현을 따라갔어도 미스매치 공격을 할 수 있었다. 박지현이 도움수비를 받을 경우 외곽슛 찬스를 내줄 수 있다고 봤다. KB가 스위치를 하면 동료에게 미스매치 공격 기회를 열어주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박혜진과 박지현의 완벽한 작전수행능력이 돋보였다. 김소니아의 결승 득점에선 박지현의 좋은 패스센스가 인상적이었다.
박지현은 "감독님이 그런 득점을 할 줄 알아야 성장한다고 했다"라고 했다. 위성우 감독은 "3점슛을 노릴까 싶었는데 지더라도 박지현에게 공격을 시켜야겠다 싶었다"라고 돌아봤다. 어쩌면 올 시즌 가장 중요한 순간, 위 감독은 팀도 살리고 박지현에게도 소중한 경험을 안겼다.
위 감독은 올 시즌 내내 "점수 차가 벌어져야 공격을 한다"라고 했다. 박지현이 40분 내내 고른 활약을 하지 못하는 약점을 지적한 것. 실제 시즌 초반 게임체력이 완전하지 않을 때 1~2쿼터에 비해 3~4쿼터 팀 공헌이 크게 떨어졌다. 공격시도 자체가 적었다. 시즌 중반 이후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경기 중에도 기복이 있다.
위 감독은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다. 40분 내내 뛰어다니면서 집중하는 걸 원한다"라고 했다. 공수에서 활동량을 극대화해 받아 먹는 득점을 하고, 리바운드와 박스아웃, 스크린, 1대1 수비 등 기본에 집중하길 바란다. 현대농구에서 선수가 이행해야 할 필수적인 부분들이다.
박지현은 WKBL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번뜩이는 장면을 많이 만들어낸다. 화려한 스텝에 의한 과감한 돌파와 날카로운 패스가 심심찮게 나온다. 특유의 센스다. 종종 메인 볼 핸들러를 맡으면서 박혜진의 부담까지 덜어낸다. 속공가담 역시 수준급이다. 신장도 경쟁력이 있고 고교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4~5번 수비도 가능하다. 활용도가 높다.
그러나 여전히 5대5농구, 특히 팀 디펜스에 약점이 있다. 슈팅능력도 완성단계가 아니다. 때문에 우리은행 특유의 정교한 세트플레이에 코트밸런스를 잡지 못해 겉돌기도 한다. 탄성을 자아내다가도 순간적으로 집중하지 못해 어이 없는 플레이도 한다. 한 번 흔들리면 플레이 자체가 소극적으로 변한다. 공수 활동량도 뚝 떨어진다.
이때 위 감독이 불호령을 치면 주눅 들어 더욱 위축된다. 위 감독은 "계속 혼을 내야 한다. 한 번 잘했다고 칭찬하면 금방 풀어진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혼을 낼 때 울거나 위축되지 말고 자기 플레이를 해야 한다. 그런 걸 원한다. 그래야 성장한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위 감독은 현재 박지현을 "점수 차가 벌어져야 잘하는 선수"라고 말한다. 냉정한 평가다. 그래도 위 감독은 박지현을 매 경기 40분 가까이 뛰게 한다. 예년보다 우리은행의 뎁스가 약화됐다. 박지현 대신 뛸 선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박지현이 자신의 컨디션과 관계 없이 매 경기,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몫을 해내길 바란다.
즉, 위 감독은 박지현을 박혜진의 뒤를 이을 에이스로 보고, 혹독하게 성장시킨다. 점수 차가 벌어졌을 때가 아닌, 절체절명의 승부처에 강해야 슈퍼스타이자 에이스다. 박지현의 잠재력을 볼 때 당연히 그렇게 커야 한다.
위 감독이 그 중요한 경기, 심지어 3점차로 뒤진 경기종료 1분21초전 반드시 득점이 필요한 절체절명의 순간에 의도적으로 공격을 맡겼던 이유다. 박지현은 당장 위 감독의 지시사항에 충실해야 하지만, 그와 별개로 위 감독은 미래도 내다본다.
박지현은 "선수라면 중요할 때 내 활약으로 팀에 승리를 안기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럴 때 팀에 도움이 돼야 감독님 말대로 한 단계 올라간다. 프로에 와서 그런 경기는 처음으로 해봤다"라고 말했다.
[박지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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