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가장 어려운 이닝이 8회다."
키움 불펜은 여전히 정상적이지 않다. 베테랑 김상수와 오주원이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간 상태다. 필승계투조가 헐거워졌다. 롱릴리프에서 셋업맨으로 보직이 바뀐 우완 김태훈과 좌완 파워피처 이영준이 조상우가 올라올 때까지 박빙 승부를 책임진다.
현 시점에서 손혁 감독은 이영준을 주로 8회에 기용한다. 상황에 따라 김태훈을 8회에 쓸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영준을 먼저 고려한다. 투심을 완벽하게 장착한 김태훈도 매력적이지만, '내추럴 커터'를 앞세운 이영준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영준은 2019년 키움 불펜의 신데렐라였다. 오랫동안 무명이었다. 그러나 구속을 140km후반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서 맹활약했다. 똑바로 날아가는 공이 없다. 포심 그립을 쥐고 투구해도 컷패스트볼처럼 날아간다. 140km후반까지 나오니 타자로선 까다롭다.
작년에 이름을 알렸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나오는 투수는 아니었다. 마무리 오주원이 있었고, 조상우가 가장 중요한 순간을 책임졌다. 베테랑 김상수도 버티고 있었다. 때문에 이영준은 "작년 포스트시즌보다 올해가 좀 더 긴장된다"라고 했다.
구속이 살짝 줄었다. 1~2km 정도 덜 나온다. 시즌 극초반 몇 차례 얻어맞기도 했다. 13경기서 2패 5홀드 평균자책점 6.30. 그러나 최근 10경기 평균자책점 3.68에 4경기 연속 실점하지 않았다. 본 궤도에 올라온 모습.
손혁 감독은 "8회에 적응이 되면 6~7회는 부담이 덜 된다. 처음으로 필승조를 맡겼지만, 팀 불펜의 주축이 되길 바란다. 어렵겠지만,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실점도 했지만, 그래도 괜찮게 가고 있다"라고 했다.
왜 불펜 투수에게 8회가 가장 어려울까. 손 감독은 "마무리투수로 연결하는 부담이 생각보다 크다. 6~7회에는 실점해도 따라갈 수 있다는 기대도 할 수 있다. 그러나 8회에는 '내가 여기만 막으면 팀 승리 확률이 높아진다', '여기서 점수를 주면 따라갈 이닝이 9회만 남는다'는 생각 때문에 부담스럽다"라고 했다.
현 시점에서 조상우는 언터쳐블이다. 키움 불펜 투수들 입장에선 8회까지만 리드를 지키면 된다. 그 마음이 오히려 8회에 대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영준 역시 손 감독의 지적에 동의하면서 "내가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 감독님이 맡겨주셔서 영광스럽다"라고 했다.
손 감독은 이영준이 8회의 프레스를 이겨낼 정도로 멘탈이 좋다고 본다. 그는 "이영준은 작년 (통상적으로 정규시즌보다 부담스러운)포스트시즌에 내용이 더 좋았다. 초반부터 오히려 강하게 해놓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열심히 하는 선수는 하늘도 도와줄 것이다. 구속이 작년보다 2~3km 덜 나오는데 곧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키움 불펜은 완성체로 가는 과정이다. 오주원과 김상수가 조정을 거치고 돌아와야 한다. 어깨와 허리 부상으로 시즌 준비가 늦은 안우진은 최근 퓨처스리그서 착실히 빌드업한다. 이들이 이영준, 김태훈의 몫을 분담하면, 자연스럽게 키움 필승계투조는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
손 감독은 "현재 김태훈도 잘해주고 있고, 김상수도 돌아올 것이다. 그러면 8회를 돌아가면서 맡길 수 있을 것이다. 8회를 경험한 이영준도 6~7회는 부담이 덜 될 것이다"라고 했다. 이영준을 주로 8회에 기용하는 것에는 여러 배경, 계산이 깔려있다.
[이영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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