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민병헌에게 터닝포인트로 기억될까. 최원태의 무리한 선택과 민병헌의 재치가 롯데를 살렸다.
24일 고척 키움전 4회초. 1-2로 뒤진 롯데는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는 올 시즌 극심한 부진에 빠진 민병헌. 이날 전까지 타율 0.241 2홈런 12타점 28득점으로 이름값에 미치지 못했다. 급기야 18일 대구 삼성전 직후 허문회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이틀 휴식을 결정했다. 21일 인천 SK전서도 선발라인업에서 빠진 뒤 한 타석만 소화했다.
허 감독은 타격감이 좋지 않은 민병헌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경기흐름상 번트가 필요한 순간이기도 했다. 민병헌은 곧바로 자세를 잡았다. 키움 선발투수 최원태의 초구 투심패스트볼에 번트를 댔다. 타구 속도는 다소 빨랐다. 최원태가 재빨리 달려와 타구를 잡았다. 그리고 작정한 듯 3루에 던졌다.
그러나 2루 주자 딕슨 마차도가 이미 3루에 거의 다다른 상태였다. 보통 수비하는 입장에선 번트 타구를 잡았을 때 선행주자가 반 이상 진루하면 포기하고 타자주자를 택한다. 아웃카운트를 하나라도 확실하게 올리기 위해서다.
최원태의 선택은 경기흐름을 바꿨다. 마차도가 예상대로 3루에서 세이프 됐다. 공을 잡은 3루수 전병우가 1루에 급히 송구했다. 그러나 타자주자 민병헌마저 살았다. 최원태의 야수선택으로 1사 2,3루가 될 상황이 무사 만루가 됐다. 키움이 최원태를 내리고 양현을 올렸으나 롯데로 흐름이 이동했다.
김준태가 2루수 라인드라이브로 물러났다. 그러나 정훈 타석에서 양현이 폭투를 범해 마차도가 동점 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1사 2,3루서 정훈이 중전적시타를 날렸다. 3루 주자 안치홍은 여유 있게 득점. 2루 주자 민병헌도 홈으로 과감하게 쇄도했다. 키움 중견수 박준태의 송구가 홈으로 정확하게 날아들었다. 타이밍상 아웃으로 보였다. 구심의 최초 판정도 아웃.
이때 민병헌이 벤트레그 슬라이딩과 동시에 세이프 모션을 취했다. 너무나도 당당한 표정과 함께. 롯데 벤치는 비디오판독을 신청했다. 결국 판정은 뒤바뀌었다. 민병헌의 득점이 인정되면서 4-2로 달아났다. 롯데가 5회에만 3점을 추가하며 승기를 잡은 순간이었다.
느린 그림으로 다시 보니 민병헌의 재치가 돋보였다. 그냥 발로 홈 터치를 시도했다면 그대로 아웃될 상황이다. 그러나 민병헌은 눈으로 포수 박동원의 미트를 정확히 보고 있었다. 왼손으로 박동원의 태그를 피해 절묘하게 홈을 쓸었다. 박동원이 민병헌의 몸에 태그하기 전이었다.
민병헌의 확신이 롯데의 주도권 장악으로 이어졌다. 이후 민병헌은 세 번째 타석에서 우전안타를 날리며 타격감도 올렸다. 결국 롯데의 승리. 민병헌으로선 기분 좋은 하루였다. 베테랑의 가치를 보여줬다.
[민병헌. 사진 = 고척돔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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