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성소수자를 포함한 많은 약자들이 다양하게 만나고 연대하며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아트나인 야외테라스에서 2020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SIPFF) 기자간담회가 열려 김조광수 집행위원장, 김승환 프로그래머,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MAP) 김영아 대표, 이동윤 프로그래머, 폐막작 '메이드 인 루프탑'의 출연 배우 이홍내, 정휘, 강정우, 곽민규, 염문경 작가 등이 참석했다.
올해로 10회를 맞이한 2020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성소수자 영화제이자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축제. 성소수자의 존재를 인식, 존중, 긍정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있으며 자긍심(Pride), 사랑(Love), 평등(Equality), 다양성(Diversity)을 지향한다. 지난해 국제영화제로 승격해 경쟁 부문을 도입한 영화제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42개국의 105편을 상영한다. 2020년 아시아장편경쟁 부문에는 베트남, 한국, 일본, 대만, 필리핀 등 다채로운 6편의 후보작이 선정됐고 올해 한국단편경쟁 부문의 작품 14편은 역대 가장 높은 경쟁률을 뚫고 후보에 올라 주목을 받고 있다.
김조광수 감독은 코로나19 시국 속 영화제를 개최하는 것과 관련 "저희는 조금 상황이 좋아졌다. 그래서 예년처럼 오프라인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철저하게 방역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 영화제 기다리는 관객 분들이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조금 다른 느낌으로 영화제를 맞이하는 상황이지만 예년처럼 하려고 노력 중이다. 올해 10회를 맞이해서 훨씬 더 풍성한 느낌으로 준비하려고 했는데 어려워졌다"고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그래도 규모는 작년에 비해서 늘어났다. 상영관도 넓혔다"라고 전했다.
개막작은 독특한 상상력과 매력적인 서스펜스로 사랑받는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썸머85', 폐막작은 김조광수 감독의 8년 만의 신작 '메이드 인 루프탑'이다. '썸머85'는 에이단 체임버스의 소설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1985년대 여름을 배경으로 찬란하지만 쓸쓸한 청춘의 사랑과 성장통을 담고 있다. 지난해 개막작이었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감독 셀린 시아마)의 뒤를 이어 화제성을 끌어 모을 수 있을지 관심사다.
김조광수 감독은 "코로나19 상황만 아니었으면 프랑수아 오종 감독이 한국에 방문해서 관객들을 만났었을 텐데 지금 한국에 들어오면 자가격리 등 여러 상황이 발생한다. 참석하지 못하게 돼 대단히 아쉽게 생각한다"며 "그래도 이런 좋은 영화를 개막작으로 상영하게 된 것은 굉장히 기쁜 일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퀴어 영화감독이고 국내에도 많은 팬이 있어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로그램은 핫핑크 섹션, 코리아프라이드 섹션, 아시아프라이드 섹션, 월드프라이드 섹션, 오픈프라이드 섹션, 스페셜프라이드 섹션 등 총 6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김승환 프로그래머는 핫핑크 섹션에 대해 "그동안 파트너십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다. 이번엔 코로나19로 달라진 상황을 생각했다. 성소수자들은 청소년기부터 10대, 20대가 가장 예민한 시기고 커뮤니티를 활용한다. 저도 게이로 커밍아웃을 하기 전에 커뮤니티를 통해 많은 위로와 지인들을 사귀고 성장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못한다. 어떤 나라에는 성소수자를 보호해주는 법안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도 많다. 저희는 이 모든 청춘들을 위로하는 섹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풀어내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동윤 프로그래머는 스페셜 프라이드 섹션에 트랜스젠더 영화를 배치했다고 설명하며 "한국에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자리걸음이 아닌지, 문제의식을 느끼게 됐다"며 "올해 초에 있었던 두 번의 큰 사건들 때문이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많은 일이 일어났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부사관에서 강제 전역당하고, 동등한 여성의 자격으로 여대 법학과에 입학했지만 폭력에 시달려 결국 자퇴해야했던 A씨 등의 사건들이 있었다. 이런 걸 영화를 통해 살펴보고 고민의 장을 펼쳐보면 어떨지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트랜스젠더 영화를 주제로 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 섹션의 영화를 보며 개인적으로 많은 위로를 받았다. 보통 극중 등장하는 트랜스젠더 캐릭터들은 고통에 신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한 의지를 가지고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발버둥치고 삶을 긍정한다. 영화 속의 트랜스젠더 캐릭터들의 삶에 대한 에너지가 영화 스크린 밖으로, 현실 사회에 큰 용기와 위로의 메시지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폐막작 '메이드 인 루프탑'을 통해 오랜만에 장편 독립 영화를 선보이게 됐다.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의 염문경 작가와 함께 각본을 쓴 작품으로 기존의 어두운 한국퀴어작품과 달리 90년대생 게이 캐릭터들이 옥탑방에 모여 서로 고민을 나누고 부딪치며 뜨겁게 사랑하는 이야기를 밝게 풀어나간다.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비성소수자 청춘들의 공감도 이끌어낼 전망이다.
그는 "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화해달라는 20대 게이 청년들이 많았다. 그 이야기 중에 이건 영화로 해도 괜찮겠다' 싶었던 몇 개의 커플 이야기가 있었다. 옥탑방으로 풀면 영화적으로도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다. 염문경 작가님에게 들려드렸고, 시나리오로 써서 영화로 선보이게 됐다"며 "영화감독이라는 명칭으로 사람들에게 불리지만 영화를 못 만들면서 감독으로 불리는 건 쑥스럽다. 오랜만에 연출을 하게 돼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 배우들은 성소수자 작품에 출연했던 경험들이 있어서 특별히 큰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김조광수 감독은 "작년에 저희가 국제영화제로 발돋움했다. 올해 10회가 됐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큰 성소수자 영화제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원래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있는 퀴어 영화제 연합체가 있는데 그걸 서울에서 개최하려 준비했는데 코로나19 상황으로 올해는 못하게 됐다. 가능하면, 그 총회를 한국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퀴어를 만드는 영화인들이 가장 가고 싶은 영화제로 저희를 꼽게 되길 바란다. 지금도 그러곤 있다. 영화제가 좋아서도 있지만 서울이라는 도시를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 서울과 영화제를 잘 매치해 좋은 영화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 영화제에서 '프라이드'가 가장 중점이다. 성소수자를 포함한 많은 약자들이 다양하게 만나고 연대하며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고 포부를 전해 기대감을 높였다.
오는 11월 5일부터 11일까지 7일간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개최된다.
[사진 =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SIPFF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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