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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공감은 쏙 빠진 그들만의 서정 로맨스 [MD영화리뷰]
웃다, 울다, 사랑했다를 반복하며 숨가쁘게 흘러가지만 영화 '간이역'의 로맨스는 좀처럼 공감하기 어렵다.
20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간이역'의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렸다.
'간이역'은 알츠하이머를 앓으며 하루하루 기억을 잃어가는 승현(김동준)과 재발한 암으로 인해 시한부 삶을 사는 지아(김재경)의 기적 같은 사랑을 그린 감성 멜로.
고향을 떠나 서울로 상경, 광고 회사에 재직중이던 지아에게 몇년 전 완치됐다 여겼던 위암이 재발한다. 하지만 이미 온 몸에 암이 전이된 지아는 결국 항암 치료를 포기하고 엄마와 친구들이 있는 고향에서 남은 시간을 정리하기로 마음먹는다.
그곳에서 지아는 20년 지기 소꿉친구이자 첫사랑인 승현과 재회하며 다시 한 번 설렘을 느낀다. 승현 또한 지아에게 같은 감정을 느끼지만,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자신의 병 때문에 마음을 숨긴 채 고등학생 때와 똑같이 지아를 밀어낸다. 하지만 승현은 우연히 지아에게 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면서, 지아의 남은 삶 동안 함께하기로 다짐한다.
'알츠하이머', '시한부'라는 극단적 기로에 서게 된 두 남녀의 상황 설정은 극 초반부터 가슴에 먹먹함을 안긴다. 거기에 김재경과 김동준의 완벽한 케미와 안정적인 연기력, '간이역'이라는 짙은 감성이 묻어나는 장소, 따뜻하고 서정적인 영상미에 절로 시선이 사로잡힌다.
그런데 후반부로 향할수록 관객들의 머릿속엔 지아와 승현의 순애보에 의문이 남는다. 과거 회상이 부족한 탓인데, 소꿉친구였던 두 사람이 어떻게, 얼마나 사랑을 키워왔으며, 왜 이별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만으로 그저 추측할 수 있을 뿐이어서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또 두 사람의 오랜 친구인 동찬(허정민)이라는 연결고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7년 동안 둘이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는 설정도 의문이 든다. 심지어 지아에겐 회사에서 만난 새로운 남자친구까지 있었는데, 단순히 어쩌다 술자리에서 만나게 된 첫사랑이라는 이유로 7년의 공백을 채운다는 사실이 납득하기 어렵다.
또 남편을 먼저 보내고 어렵게 혼자서 딸을 키워온 경숙(윤유선)이 항암을 포기한다는 딸 지아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승현에게 지아의 남은 시간을 함께해주길 바라는 마음 또한 헤아리기가 어렵다. 애절하고 슬픈 장면을 연출하는 데에 시간을 할애하느라 인물의 변화와 감정선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탓으로 보여진다.
디테일한 요소들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엄마와 함께 방에서 잠을 자는 지아가 화장도 지우지 않고 귀걸이를 한 채 누워있다. 이어 병세가 점점 악화되어가는 지아의 얼굴은 너무 건강해보이고, 지나치게 잦은 간이역에서의 만남은 지루함을 안긴다. 또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지아가 마지막으로 승현에게 남긴 타임캡슐 안에 영상편지가 담긴 스마트폰 하나만 덩그라니 놓여있는 것도 감정을 깨는 요소 중 하나다.
그렇지만 "관객들이 '간이역'을 통해 진실되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들을 더욱 사랑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전한 김정민 감독의 말처럼, '간이역'은 내 삶을 돌아보고 '진정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생각의 장을 마련해준다. 더불어 극중 승현의 "감정과 기억이 분리될 수 있을까"라는 대사는 순수한 사랑에 대한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한여름의 자연을 고스란히 담은 예쁜 영상미, 오랜만에 만나는 풋풋한 서정 멜로라는 점이 '간이역'의 관전 포인트로 보인다.
한편 '간이역'은 오는 2월 개봉 예정이다. 러닝타임 101분.
[사진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권혜미 기자 emily00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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