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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배우 김향기의 재발견이다. 영화 '아이'(감독 김현탁)에서 보호종료아동을 연기한 그는 우리가 익히 알던 얼굴을 벗어던졌다. 여러 감정을 이리저리 넘나들며 또 한 번의 인생 캐릭터 경신을 예고한 김향기다.
어린 나이에 준비도 없이 어른이 돼버린 보호종료아동 아영(김향기)은 아동학 전공 대학생이다. 보육원에서 나와 식당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현실은 각박하기만 하다. 기초 생활 수급비 30만 원을 받기 위해 줄여도 좋으니 월급을 현금으로 달라고 부탁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해고 통보인 식이다.
그러던 아영은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친구 제안으로 싱글맘 영채(류현경)의 베이비시터가 된다. 주점에서 일하며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영채에게는 생후 6개월 된 남자아이가 있다. 의지할 곳 없이 홀로 아들 혁이를 키우는 영채도 너무 일찍 어른이, 그리고 엄마가 됐다. 영채에게 아기는 살아가는 이유다.
아영을 향한 눈빛에 불신이 가득했던 영채는 자신보다 혁이를 살뜰하게 돌보는 아영에게 점차 마음의 문을 열고 평범한 삶을 그리려 한다. 어느 날 혁이에게 사고가 일어나게 되고 영채는 자신의 책임을 아영에게 돌려 죄책감을 지우려 애쓴다. 이후 다시 아들과 단둘이 남겨진 영채는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한 미래에 혁이를 입양 보내고 이 사실을 모두 알게 된 아영은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영화는 한 부모 가정, 보호종료아동 등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점을 꼬집으며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동시에 이들의 연대를 통해 따스한 위로와 치유를 전한다. "'저런 사람이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 '저런 아이가 제대로 클 수 있을까'라는 선입견과 편견에 대해 반문하고 싶었다"는 김현탁 감독의 기획 의도가 여실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그중에서도 김향기의 활약이 대단하다. 누가 봐도 영락없는 아영이었다. 능숙하게 아기를 돌보는 베이비시터, 학업과 생계유지에 허덕이는 졸업반 대학생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앳된 인상에 자그마한 체구를 가졌어도 뿜어져 나오는 노련미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내면에 켜켜이 쌓인 자기방어와 어딘지 모르게 공허한 표정. 김향기는 아영으로서 그 매력을 온전히 스크린에 옮겨냈다.
한편 '아이'는 오는 10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113분.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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