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천천히 올려보고 싶다."
키움 히어로즈 포수 박동원의 2020시즌은 '촌놈 마라톤'과 흡사했다. 5월에는 타율 0.347 6홈런 21타점이었다. 그러나 6월 타율 0.250 3홈런 12타점, 7월 타율 0.250 3홈런 11타점으로 추락했다. 8월에는 타율 0.189, 9~10월에는 타율 0.188로 곤두박질 쳤다. 8월부터는 단 1개의 홈런도 치지 못했다.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스프링캠프를 마친 박동원은 "그동안 캠프를 시작하는 첫 날에 바로 경기에 뛰어도 될 정도로 컨디션을 만들었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엔 루틴을 완전히 바꿨다. 박동원의 2021년 테마는 '천천히'다. 그는 "천천히 올려보고 싶다"라고 했다.
너무 빨리 타격 페이스를 올리다 보니 시즌 초반에는 좋았다. 그러나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했다는 진단. 박동원은 "평정심 유지가 안 되는 게 문제였다. (타격이) 잘 되면 잘 된다고 더 잘 하려고 했고, 안 되면 '왜 안될까'라고 스트레스를 받았다"라고 했다.
연봉도 2억2500만원에서 고작 500만원 오른 2억3000만원에 만족해야 했다. 박동원은 "안 깎인 게 어딘가. 올려주시니 구단에 감사한 마음이다. 시즌 초처럼 계속 했는데 500만원만 올려줬다면 서운했을 것이다"라고 했다.
마인드를 바꾸기로 했다. 비 활동기간에 개인 운동은 열심히 했다. 스프링캠프 역시 성실히 보내고 있다. 단, 매 순간의 내용과 결과물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박동원은 "예전에는 하루의 연습 내용과 결과에 집착했다. 항상 조급했다. 그러니 개막 한 달이 지나면 성적이 떨어졌다. 지금은 잘 되든 안 되든 내가 해야 하는 것에만 집중한다"라고 했다.
팀도 개인도 장기레이스다. 시즌 성패는 144경기가 끝내야 알 수 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시즌을 준비하겠다는 의지다. 박동원은 "항상 경쟁하려고 했고, 부담을 갖고 야구를 했다. 아직 베테랑은 아니지만, 나도 프로에서 10년을 했다. 올 시즌은 느긋하게 준비해보려고 한다"라고 했다.
자신과의 싸움이다. 박동원은 "솔직히 (요즘)공도 더 세게 던지고 싶고 배팅도 더 하고 싶은데, 참고 있다. 입박을 받으면서 야구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감독님이 심리상담 전문가이고, 언제든 차 한잔 마시러 오라고 했다. 한번 가보겠다"라고 했다.
키움은 이지영이라는 또 다른 걸출한 포수가 있다. 플래툰 파트너이자 선의의 경쟁자. 박동원은 "지영이 형이 나보다 야구도 더 많이 했고 경기도 더 많이 나갔다. 지영이 형에게 배울 수도 있고, 경기에 못 나갈 때 복기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경기에 많이 나가는 게 좋다. 선수는 야구를 많이 하는 게 좋다"라고 했다. 올 시즌 박동원의 변신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느냐에 따라 경기 출전 수가 달라진다.
올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다. 조급함을 버리려고 하는 박동원에게 FA는 미리 생각하면 좋지 않다. 박동원은 "그건 지금 확실히 잘 모르겠다"라고 했다. FA 대박은 지금의 변화가 시즌 후 성공적으로 귀결되면 영광의 훈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
[박동원.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