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선수들이 다 했다. 내가 하는 건 타임(작전시간)을 부르는 것이다."
KGC가 초특급 외인 자레드 설린저 합류로 강력해진 건 맞다. 설린저가 득점만 잘 해서 무서운 게 아니다. 농구 스펙트럼이 넓다. 어시스트만 잘 하는 게 아니라 공수에서 상황에 맞는 리드&리액트가 탁월하다. 팀에 필요한 플레이를 하면서, 팀 전력을 업그레이드 한다. 설린저의 실질적 경기지휘, KCC와의 챔피언결정1차전의 경우 득점과 어시스트, 라건아에 대한 건실한 수비, 적극적 리바운드 참여 등이 KGC에 큰 힘이 됐다. KCC가 설린저의 야투성공률을 40%로 끌어내렸지만, 설린저의 지배력을 제어하는 건 불가능했다.
KGC의 이번 포스트시즌을 보면, 국내선수들의 재능과 저력이 설린저와 제대로 시너지를 낸다. 김승기 감독은 챔프 1차전 포함 이번 플레이오프 내내 "선수들이 너무 잘 해준다. 선수들이 다 했다. 내가 하는 건 타이밍 맞춰서 타임을 부르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 KGC 국내선수들의 재능과 저력은 놀라운 수준이다. 챔프 1차전 2~3쿼터에 메인 볼핸들러를 맡은 변준형은 특유의 탄탄한 개인기술로 유현준을 압도했다. 이때 흐름이 KGC로 많이 이동했다. 전성현의 슈팅기술은 KBL 최고레벨로 올라섰다. 설린저나 오세근의 스크린을 받고 올라가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김지완이 파이트스루로 따라가더라도 완벽히 막지 못했다.
오세근은 4강 플레이오프부터 부활 조짐을 보였다. 컨디션이 올라오면서 활동량, 슛 밸런스도 올라왔다. 특히 설린저 매치업에 대한 도움수비가 점점 좋아진다. 송교창에게 트랜지션에선 밀리지만, 5대5에선 송교창에게 많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라건아 헬프 수비를 통해 블록까지 몇 차례나 해냈다.
수비와 리바운드에 모든 에너지를 쓰는 문성곤은 KCC 실질적 에이스 이정현을 단 2점으로 묶었다. 여기에 KCC가 로테이션 수비를 하면서 자신을 새깅하자 3점포로 포효했다. 이재도의 컨디션이 이번 플레이오프 내내 좋지 않지만, 3~4쿼터서 살아날 조짐을 보였다. 여전히 리그 최상위급 가드.
이렇다 보니 전 포지션에서 KCC에 밀리지 않는다. 오세근과 설린저가 함께 뛸 때 KCC의 트랜지션에 약점을 드러내긴 한다. 하지만, 개별 포지션의 무게감에서 밀리지 않고, 공수활동력에서 오히려 앞서다 보니 경기 자체를 주도했다. KCC의 무더기 실책은 KGC 국내선수들에겐 재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먹잇감 이었다. 따지고 보면 6강 플레이오프와 4강 플레이오프도 그랬다. KT와 현대모비스는 KGC 국내선수들을 나름대로 막았지만, 승부처의 저력까지 지우지 못했다.
KCC는 이재도와 설린저의 왼쪽 공격 선호를 감안, 오른쪽으로 모는 로테이션을 했으나 실패했다. 이들의 왼쪽 공격을 알고도 못 막았고, 오른쪽 공격도 터졌다. 송교창의 1번 활용에 의한 오세근 체력 부담 가중전략은 제대로 써보지도 못했다.
김승기 감독은 "시작부터 집중력이 대단했다. 오세근이 예전에 하던 디펜스를 한다. 전성현은 누구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잘 해준다. 문경은 감독 현역 시절보다 더 좋은 능력을 보여준다. 그만큼 올라왔다"라고 했다.
오세근은 "교창이는 외곽슛을 주더라도 돌파를 막는데 집중한다. 오펜스 리바운드에 가담하다 보니 교창이의 트랜지션을 못 막는데,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심리적으로 내려놓고 하다 보니 슛 밸런스도 좋아진 것 같다"라고 했다.
전성현은 "(문)성곤이, (오)세근이 형이 있어서 든든하다. (이)재도도 있고 (변)준형이도 있다. 여기서 못하면 바보 소리 듣는 것이다. 너무 좋은 팀원과 감독님이 있다. 자신 있다. (챔프전을)빨리 끝내고 싶다"라고 했다. 전성현의 말이 과한 자신감으로 들리지 않는다.
KGC 국내선수들이 설린저 '버프'를 받는 건 맞다. 변준형의 기복, 이재도의 파워, 문성곤의 슈팅능력, 오세근의 내구성 등 여전히 세부적인 약점 혹은 아킬레스건도 있다. 이제 챔프전은 한 경기만 했을 뿐이다. 다만, 서로가 서로의 약점을 메울 수 있고, 양희종이라는 확실한 백업도 있다.
이번 봄 농구를 보면 KGC 국내선수들의 재능은 확실하다. 김승기 감독은 이런 KGC 국내선수들을 차곡차곡 모았고, 현대농구에 맞는 스타일로 성장시켰다. 김 감독과 KGC는 챔피언에 도전할 자격이 충분하다.
[KGC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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