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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유재학 감독님과 전창진 감독님은 대단한 분들이다. 젊은 감독들이 그 분들을 이겨야 한다."
김승기 감독은 2016-2017시즌 KGC의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사령탑 2년차에 일궈낸 쾌거였다. 그렇다고 해서 당시 김 감독을 명장으로 인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절정이던 오세근과 이정현, 데이비드 사이먼과 키퍼 사익스가 있었다. 김 감독의 수완이 좋았지만, 좋은 멤버의 덕을 봤다는 시선이 있었다.
이후 이정현이 KCC로 떠났다. 오세근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KBL은 점차 외국선수 활용폭을 줄였다. 김 감독은 2~3년에 걸쳐 트레이드와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로스터를 정비했다. 자신이 원하는 선수들을 수집했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육성했다.
그렇게 모은 선수들이 4년 뒤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주역이 됐다. 이재도와 변준형, 전성현, 문성곤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군 복무 중인 박지훈도 김 감독이 성장시킨 대표적인 선수다. '설교수' 제러드 설린저 없이 포스트시즌 전승우승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설린저 효과도 강력한 국내선수들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극대화됐다.
김 감독은 기본적으로 강한 활동량이 담보된 선수를 선호한다. 최상위의 에너지 레벨을 바탕으로 공격과 수비를 모두 갖춘 선수들로 키워낸다. 문성곤의 슈팅능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KGC 나머지 국내 주전멤버들 중 공격력과 수비력의 편차가 큰 선수는 없다. 때문에 상대 팀으로선 공략 포인트를 찾기 어려웠다. 높이와 활동력, 트랜지션 모두 KT, 현대모비스, KCC를 압도했다.
사실 감독 초창기에는 KCC 전창진 감독의 스타일과 흡사했다. 선 굵고,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나를 따르라' 식의 지도를 했다. 경기운영도 확고한 자신의 스타일대로 밀어 붙이는 경향이 강했다.
예를 들어 특유의 외곽의 강한 트랩 수비가 통하지 않을 때 혹은 부상자가 많을 때 플랜B로 '되치기'하는 능력이 돋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솔직하고 화끈한 성격답게 인터뷰에서의 발언이 의도치 않게 간혹 오해를 사기도 했다.
김 감독은 지난 1~2년간 많이 변했다. 기본적인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되, 주위의 조언에 귀를 열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선수들을 어르고 달래며 성장시키고, 외부와 부드럽게 소통하는 방법에 눈을 떴다.
얼 클락과 크리스 맥컬러는 실패였다. 김 감독은 인정했고, 유연하게 대처했다. 시즌 중반 골밑 수비의 불안함을 스위치를 섞은 변형 지역방어로 어느 정도 만회한 부분, 공격은 이재도를 중심으로 개개인의 개성을 최대한 살린 부분, 오세근과 양희종 등 시즌 내내 몸이 좋지 않은 선수들에겐 믿음과 인내로 다가간 부분이 대표적이었다. 또한, 올 시즌 중반 이후 구단 고위층과의 관계가 불편하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고 정상까지 달려갔다. (실제 김 감독은 시즌 막판 구단으로부터 강력한 신임을 받았다. 챔프전 우승으로 구단과 계약이 만료됐다)
4년 전이나 지금이나 KGC의 멤버는 쟁쟁하다. 설교수가 그나마 남아있던 약점까지 지웠다. 하지만, 이번 챔프전 우승에 김 감독이 '좋은 멤버 덕을 봤다'라고 하면 오산이다. 이 멤버들을 구성하고 육성하고 다시 팀을 구축하는데 고스란히 김 감독의 땀이 스며들어갔다. 부작용도 겪었지만, 지난 4년간 KGC는 계속 중~상위권에 있었다.
KBL과 WKBL 일부 감독은 예전 방식만을 고수하며 더 좋아지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연차를 떠나 감독 직을 수행하면서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술, 전략의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일부 감독들은 시간이 흘러도 똑같다. 올 시즌에도 그런 감독들이 있었다. 객관적 전력에 비해 성적을 내지 못하는 팀들은 매 시즌 나왔다.
그런 점에서 김 감독은 높은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김 감독이 존경한다고 밝힌 유재학 감독과 전창진 감독도 그냥 오랫동안 감독을 한 게 아니다. 부침도 있었지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성장하면서 명장이 됐다.
농구 트렌드는 계속 변한다. 김 감독은 자신만의 확고한 색깔에 현대농구의 트렌드까지 잘 입혔다. 그렇게 감독으로서 역량을 키우고 성장했다. "젊은 감독들이 유 감독님과 전 감독님을 이겨야 한다"라는 김 감독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지도자들이 끊임없이 발전을 추구해야 한국농구도 성장의 동력을 만들 수 있다.
[KGC 김승기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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