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그건 자기 역할은 아니죠."
두산 베테랑 좌완 장원준은 몇 년 전만해도 꾸준함의 대명사였다. 두산 역사상 외부 FA 최대 성공 사례이기도 했다. 실제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2015년에 FA로 입단, 2017년까지 12승, 15승, 14승을 따내며 토종 에이스 역할을 했다. 두산의 2015~2016년 한국시리즈 2연패에 상당히 공이 컸다. 김 감독이 우승 감독이 되는데 장원준의 지분이 컸다.
그러나 세월이 야속하다. 2018년부터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8년 3승 이후 승리 맛을 본지도 오래다. 긴 공백기 속에 지난 2년간 1군에서 단 8경기 등판에 불과했다. 잊힌 줄 알았던 왕년의 에이스는 이제 좌완 원 포인트 릴리프 혹은 롱릴리프 등 전천후에 가까운 역할로 변신했다.
그래도 1군에서 꾸준히 기회를 받는 것을 보면 지난 1~2년보다 상황이 낫다고 봐야 한다. 김 감독은 14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장원준에 대해 "(불펜)그건 자기 역할은 아니죠. 그 역할은 어린 애들도 해줄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나 나름대로는 지금의 장원준에게 만족하는 눈치다. 김 감독은 "지금 공 자체, 그 공으로는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했다. 이달 들어 6경기에 호출됐고, 13일 잠실 키움전서는 3이닝 2피안타 2탈삼진 2사사구 2실점으로 롱릴리프 역할을 했다. 올 시즌 6경기서 2홀드 평균자책점 4.76.
김 감독은 장원준 얘기가 나오자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안쓰러워하는 표정도 읽혔다. "베테랑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중요할 때 나가면 몸에 힘이 들어가는 부분이 보인다. 어제는 밸런스도 좋았는데 중요한 순간에는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더라"고 했다.
역시 야구는 어렵다. 김 감독은 "야구가 쉽지 않다. 나이 먹어도 어려운 게 야구"라고 했다. 두산 왕조를 이끈 과거 에이스를 향한 김 감독의 마음이 복잡해 보였다.
[장원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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