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윤욱재 기자] 돌이켜보면 참 아찔한 순간들이었다. 첫 번째 날엔 에이스가, 두 번째 날엔 외국인투수가 고통을 호소했다. 설상가상으로 세 번째 날에는 4번타자가 휴식을 취해야 하는 악재까지 겹쳤다.
과정은 험난했지만 결과는 최상이었다. 3연전을 모두 잡고 선두 자리를 지킨 것이다. 바로 SSG 랜더스의 이야기다. SSG는 3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한화와의 경기를 5-1로 승리하고 주말 3연전을 싹쓸이했다.
3연전의 첫 날에는 '한화 킬러'이자 올 시즌 에이스로 급부상한 박종훈을 내세워 순조롭게 경기를 하던 SSG. 그런데 갑자기 5회말 2아웃에 박종훈이 오른쪽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고 부랴부랴 오원석과 교체를 할 수밖에 없었다. KT와 주중 맞대결에서 연이틀 연장 승부로 불펜 소모가 엄청났던 SSG는 불펜에 오원석 카드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당초 오원석에게 1이닝 정도를 맡기려 했던 계획을 틀어야 했다. 오원석은 3이닝을 1점으로 막으면서 한화의 추격 흐름을 봉쇄했고 SSG는 12-3 대승을 챙길 수 있었다.
다음날에도 예기치 않은 위기가 찾아왔다. 43일 만에 복귀전에 나선 아트 르위키가 오른쪽 어깨에 통증이 생기면서 1이닝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기 때문이다. 신인 장지훈은 갑작스럽게 등판을 했음에도 3이닝 1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 데뷔 첫 승을 따내는 감격을 맛봤다. SSG도 6-2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사실 이때 르위키만 '조퇴'를 한 것이 아니었다. 최정도 왼쪽 무릎 타박상으로 인해 교체된 것. 결국 30일 경기에서는 아예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에이스, 외국인투수, 4번타자가 줄줄이 부상을 입는 위기에도 SSG는 흔들리지 않았다. 최정의 공백에도 정의윤이 결승타를 때리며 해결사 역할을 했고 오태곤은 쐐기 투런포로 귀중한 한방을 날렸다.
김원형 SSG 감독은 '줄부상'에도 선전하는 비결로 "투타 밸런스가 잘 어우러지고 있어서 선수들이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다고 본다. 부상 선수가 나오지 않고 투타 밸런스가 맞으면 더 좋겠지만 부상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궁극의 팀 분위기도 부상이라는 변수를 뛰어 넘는 요소가 된다. 김원형 감독은 최정이 타박상을 입고 교체되자 "호텔에 가서 휴식을 취하라"고 했지만 최정은 경기를 마칠 때까지 야구장에서 선수들과 함께했다. 다음날에도 김원형 감독이 "훈련 마치고 인천에 먼저 올라가라"고 재차 권했지만 최정은 "벤치에서 파이팅을 내겠다"고 올라가지 않았다. 또한 경기 전에는 선발투수로 나서는 문승원에게 "출전을 하지 못해 미안하다"면서 마사지를 직접 해주기도 했다고.
최정은 타박상이라 다음달 1일 인천 삼성전에서는 정상 출전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31일 병원 검진을 받아야 하는 박종훈과 르위키의 경우에는 언제 복귀 시점을 잡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전력 공백이 우려된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의 부상에도 흔들림이 없었던 SSG라면 이번에도 슬기롭게 대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커진다.
[SSG 최정이 29일 오후 대전광역시 부사동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진행된 '2021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이글스 vs SSG랜더스의 경기 3회초 무사 2,3루서 공에 맞은 뒤 교체되고 있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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