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LG 트윈스는 6월29일 지난해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용병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를 방출하고 미국 국적의 우투좌타 1루수 저스틴 보어(33)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차명석 단장은 라모스의 부진 보다는 "아프다는데 어떻게 하느냐"라고 교체 이유를 밝혔는데 사실은 1994년 이후 무려 27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구단 프런트가 해볼 수 있는 것은 다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다. 그 시점 LG 트윈스는 1위 KT 위즈에 겨우 반게임 차 뒤진 단독 2위에 올라 있었다.
로베르토 라모스는 지난해 투수 친화적인 넓은 잠실을 홈구장으로 쓰는 LG구단 역사상 최다인 38홈런을 기록했다. 117경기에 출장해 2할7푼8리의 타율에 86타점을 올렸다. 라모스가 KBO리그와 팬들에게 강력한 이미지를 심었던 것은 결정적인 홈런들을 날렸기 때문이다. LG는 순전히 라모스의 느닷없는 한방 덕분에 최소 5승 이상을 더 할 수 있었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냈다.
그러나 라모스는 자신의 KBO리그 두 번째 시즌인 올해 51경기서 2할4푼3리 8홈런에 그친 상태에서 6월8일 NC전에서 발생한 허리 통증으로 더 이상 출장하지 못했다. 결국 LG는 기다려주지 않고 교체를 단행했다. 라모스의 상태가 어떤지는 LG 구단이 깊게 알고 결정했을 것이다. 라모스가 지난해 보여준 파괴력을 고려하면 올스타전과 도쿄 올림픽 휴식기를 라모스의 부상회복과 부진 탈피의 기간으로 삼을 수도 있는데 서둘러 새 용병 저스틴 보어를 데려왔다. 결과는 LG의 올시즌 최종 성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10연패를 당하는 등 최하위에 처져있는 한화도 4일 용병 교체를 단행했다. 외국인 용병에게 쓸 수 있는 최대 몸값인 100만 달러를 쓰면서 영입한 타자 라이온 힐리(29)가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힐리는 2017년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시절 149경기에서 25홈런을 기록했다. 한화 구단은 검증된 타자라고 자신감을 보였으나 KBO리그 성적은 69경기에서 타율 2할5푼7리 7홈런으로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라이온 힐리의 경우는 부상과는 관계가 없다. 타자의 성적은 타선 등 팀 전력, 성적과도 관련이 크다. 구단이 용병 타자에게 먼저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은 아닌지 속사정은 모르겠다.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39)가 경험한 용병 차별을 보면 LG 라모스와 한화 힐리의 처지가 억울할 법도 하다. 일본프로야구 NPB의 정상급 타자로 일본시리즈 MVP까지 했던 이대호는 2016년 34세의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도전해 아메리칸리그 시애틀 매리너스 유니폼을 입었다. 이대호는 시애틀에서 104경기에 출장해 292타수 74안타 2루타 9개 14홈런 타율 2할5푼3리를 기록했다. 4월4일 텍사스전에서 데뷔, 10월2일 오클랜드전이 마지막 경기였다.
시애틀 구단은 이대호에게 한 시즌의 기회를 줬고 재계약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으나 용병은 용병이었다. 메이저리그도 그 정도의 성적에 그친 용병을 계속 쓰지는 않는다. 흥미롭게도 이대호의 시애틀 매리너스 연봉이 100만달러, 약 10억원 선으로 한화 힐리와 같다. 기록도 비슷한 양상이다.
롯데는 정확히 페넌트레이스의 절반인 72경기를 치른 4일 기준 30승41패1무로 8위에 처져있다. 지난 5월11일 허문회 감독을 경질하고 퓨처스 감독을 하던 래리 서튼 감독을 선임했는데 여전히 중위권 도약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 롯데의 간판타자 이대호도 부상 등을 겪으며 46경기에 출장해 2할9푼8리의 타율에 10홈런을 기록했다.
만약에 이대호가 2016년 시애틀에서처럼 용병의 처지였다면 라모스와 힐리와 같이 교체 대상이 되지는 않았을까? 한편으로는 구단이 조금 더 기다려주면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 의미 없는 가정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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