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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꿈에 그리던 홈구장 양키스타디움 그라운드를 밟았던 박효준(25)에게 뉴욕 양키스가 준 기회는 대타, 단 한 타석이었다. 17일(이하 한국 시간) 열린 보스턴전 7회 대타로 나서 겨우 공 하나, 초구를 쳐 1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더 이상했던 것은 유격수인 그가 이날 우익수 수비로 경기를 마쳤다는 것이다.
뉴욕 양키스는 데뷔전을 치른 박효준을 다음 4경기가 이어지는 동안 더 이상 출장시키지 않고 덕아웃에 앉아 있게 했다. 그러더니 22일 다시 마이너리그 트리플A 팀인 ‘스크랜튼 윌크스-배리 레일 라이더스(Scranton Wilkes-Barre RailRiders, SWB 레일라이더스)로 내려 보냈다. 이제 박효준의 소속팀은 뉴욕 양키스가 아니라 SWB 레일라이더스이다.
스크랜튼은 펜실베이니아주 북동쪽에 있는 도시다. 윌크스-배리 등의 지역과 연계해 약 57만명이 살고 있고 양키스의 트리플A 팀인 레일라이더스가 지역 야구 팀이다.
박효준은 SWB 레일라이더스로 돌아갈 때 국내선 항공을 이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콜 자체가 급히 이뤄져 자신의 차를 운전하고 오지 못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 데뷔를 위해 무려 7년을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햄버거’를 먹던 박효준은 아마도 ‘이럴 거면 왜 나를 불러 올렸을까?’라는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을 것 같다. 단 한 경기, 한 타석, 공 하나, 그리고 자신의 수비 위치도 아닌 외야 수비만 하고 끝났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구단, 최고의 시설과 열광적인 팬을 자랑하는 5만이상 수용 규모에 건설비만 무려 1조 6500억원(약 15억 달러)에 달하는 양키스타디움을 말 그대로 한번 밟아만 보고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는 길, 박효준의 심정은 어땠을까?
박효준의 메이저리그 데뷔전 상대였던 보스턴 레드삭스의 트리플A 팀, 포투킷에서 뛰던 조진호(46), 현 제주고 야구부 코치를 떠오르게 한다.
조진호는 박찬호의 뒤를 이은 한국인 메이저리그 2호 선수이다. 보스턴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은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인 1998년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상대로 데뷔했고 1999시즌 첫 승 포함 메이저리그 2시즌 동안 13경기에 출장해 2승6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2000-2002시즌 트리플A에만 머물다가 방출됐다.
흥미로운 것은 조진호와 박효준의 마이너리그 더블A팀이 트렌튼 썬더스로 같다.
2000시즌부터 마이너리그 트리플A 선수가 된 조진호는 보스턴 레드삭스 메이저리그 선수 시절의 화려함을 잊지 못했다. 트리플A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야 메이저리그에 복귀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변화구 위주의 투구’를 하고 말았다.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이 그에게 원했던 것은 성적이 아니라 패스트볼 스피드와 무브먼트였는데 착각한 것이다.
글쓴이는 2001시즌 무렵 트리플A 포투킷에서 조진호를 만났는데 그 때 그의 표정, ‘외로움과 처절함’을 잊지 못한다.
박효준의 미국 이름은 'Hoy Jun Park'이다. 최근 변동 상황을 보면 7월17일 ‘뉴욕 양키스가 SWB 레일레이더스로부터 박효준을 계약했다’, 그리고 7월22일 박효준을 즉시(outright) 레일라이더스로 보냈다‘고 돼 있다.
박효준의 뉴욕 양키스 생활을 겨우 5일에 그쳤다. 그러나 그가 그 짧은 시간 느꼈던 화려함과 영광은 덕아웃에서 활짝 웃던 표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돌아가는 길의 처절한 심정은 조진호는 물론 한국인 빅리거 선배들이 잘 알 것이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길을 갔다.
그런데 묘한 공통점이 있다. 조진호의 보스턴 레드삭스, 박효준의 뉴욕 양키스는 미국 동부 보수 사회를 대표하는 구단들이라는 점이다. 박찬호, 이상훈 등도 버텨내지를 못했다.
[박효준. 사진 = 윌스크-베리 레일라이더스 SNS 캡쳐]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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