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30년 이상 한국야구, 일본프로야구(NPB), 메이저리그(MLB)를 취재해오고 있는데 4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한국-일본의 1차 준결승전에서 느닷없는 장면이 2~3차례 나와 ‘이게 뭐지?’하는 느낌을 받았다. 의문을 가진 글쓴이의 시각이 지나치거나 편협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의제기를 하겠다.
일본이 치밀하게 준비해 한국전 선발로 내세운 일본 대표팀의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1회초 투구에서 예상치 못하게 흔들렸다. 한국의 1번 좌타자 박해민과 풀카운트 접전을 벌였고 결국 아웃코스 패스트볼 성 투구로 볼넷으로 1루에 진루시켰다. 일본 포수 카이가 잡지 못해 자칫 박해민이 2루까지 뛸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일본의 우완 정통파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2번 좌타자 강백호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은 뒤 계속된 1사1루서 3번 좌타자 이정후에게 몸쪽 공을 던지다가 우측 펜스에 직접 맞는 2루타를 허용했다. 1회초부터 1사2,3루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4번 양의지와 5번 김현수를 연속 삼진으로 처리해 겨우 무실점으로 넘겼다.
한국의 우완 사이드암 선발 고영표도 1회말 첫 수비에서 일본의 첫 타자 야마다를 헛스윙 삼진, 2번 사카모토에게 우전안타를 내줬으나 후속 타자들을 범타로 처리했다.
다시 2회초 한국의 공격,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등판할 시점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경기 전 흙을 고르거나 다지는 등 정비를 하며 구장을 관리하는 그라운드키퍼(groundkeeper)들이 나오더니 투수가 내딛는 디딤 발 부분의 흙들을 밀기 시작했다. 평평하게 고르는 것인지, 아니면 굴곡진 곳이 있어 잡으려던 것인지 TV 화면상으로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아마도 일본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코칭스태프에게 요청을 해서 무엇인가 정비를 하는 것으로 판단됐다. 김경문감독과 한국 벤치는 무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투수에게 마운드란 어떤 의미인가? 투수 스타일에 따라 마운드는 큰 변수로 작용한다. 과거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마운드 높이 때문에 경기 전 자를 들고 나와 높이를 확인하는 해프닝들이 있었다. 그리고 디딤발 부분의 높낮이도 중요하다. 그래서 메이저리그에서도 타고투저, 투고타저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마운드 높이를 규정으로 조절하기도 했다.
간단히 말해 정통파 투수는 마운드가 그라운드 높이와 같은 평지에 있으면 공을 던지지 못할 정도가 된다. 반면 사이드암, 언더스로는 절대적으로 불리하지는 않다.
아무튼 일본 벤치는 어떤 연유인지 2회초 수비, 야마모토의 투구에 앞서 그라운드키퍼에게 요청해 마운드를 건드렸다.
야마모토는 이어진 투구에서 오재일을 1루수 땅볼로 처리한 뒤 오지환 타석에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해 다시 1사 1루에 몰렸다가 허경민을 3루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내야 땅볼 병살타로 잡아냈다.
4일 한일전은 결승전 직행 티킷이 걸린 중요한 경기였고 일본이 주최국이었다.‘마운드 건드리기’ 다음에 나온 것인 ‘로진 뿌리기’다. 일본의 세 번째 투수 우완 이토 히로미는 한국의 톱타자 박해민에게 어필을 받았다. 이토가 공을 던질 때 오른 손에 흰색 로진을 바르는 것은 문제가 없는데 KBO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도 보기 드물게 손가락을 포함해 손바닥 전체로 로진을 꽉 쥔 뒤 제대로 털지도 않은 채 투구를 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공이 릴리스 되는 순간 흰가루가 동시에 뿌려지고 일순간 공 주위가 희뿌옇게 돼 타자가 혼돈을 일으킬 수 있었다. 박해민의 문제 제기가 당연해 보였는데 심판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계속된 강백호 이정후 타석에서도 로진 뿌리기는 계속됐다. 경기 후 기사에 의하면 이토 히로미는 일본프로야구 리그에서도 로진을 뿌리는 투구가 문제가 됐다고 한다.
원래 로진은 공을 채는 손가락 끝에 톡톡 댔다가 유니폼에 살짝 닦고 던지는 것이 정상적이다. 타자의 시야를 흐릴 정도로 흰 가루를 공과 같이 날리는 것은 정정당당한 투구가 아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이토는 자신이 손에 땀이 많이 나서 그러지 않으면 공을 컨트롤 하지 못한다며 타자를 맞히는 것 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어이없는 주장을 했다. 만약 KBO리그나 메이저리그에서 계속 그렇게 로진 뿌리기를 한다면 어떻게 됐을까?
한국 벤치가 2회초 요코하마 스타디움 그라운드키퍼들이 마운드를 건드렸을 때 이유를 확인해보거나, 이토 히로미가 공과 흰 로진 가루를 동시에 뿌렸을 때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면 어땠을까?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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