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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런던 유주 정 통신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죠. 저는 울고 있었어요.”
올해 스물두 살,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의 센터백 트레보 찰로바는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출신이다. 그는 여덟 살 때인 2007년 첼시 유스에 입단했다.
유소년 국가대표전 등에서 나름의 활약을 펼쳤지만 성인이 된 2018년부터는 만년 임대 신세였다. 입스위치와 허더스필드에 이어 프랑스 로리앙 등을 거쳤다.
찰로바는 현지시간 지난 14일 열린 첼시와 크리스탈 팰리스의 경기 후반 13분 감격적인 EPL 데뷔골을 터뜨렸다. 첼시는 3대 0으로 크리스탈 팰리스를 눌렀다.
골을 넣은 직후 그라운드에 주저앉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찰로바의 모습은 즉각 현지 언론에 도배됐다.
그는 인생 대부분을 첼시 소속을 보냈지만 크게 이름값을 올리진 못했다. 수많은 경기를 뛰기보단 지켜봤고, 볼보이 역할도 했다. 때로는 가족과 한데 모여 텔레비전으로 동료들의 모습을 봐야 했다.
찰로바는 “관중들의 환호가 들려오고 나서야 득점했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초현실적인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찰로바는 한동안 그라운드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를 감싸안고 기쁨을 나누던 동료들이 찰로바를 끌어 올려 세우고서야 정신이 돌아오는 듯한 표정이었다.
토마스 투헬 첼시 감독은 이런 풍경이 축구의 ‘미학’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축구에서 사랑하는 게 바로 이런 부분”이라면서 “유명한 선수들 사이 섞여 있는 아카데미 출신의 신예들 말이다. 찰로바는 응당 찬사를 받을 만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찰로바는 이날 밤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어떤 말도 지금 내 기분을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여호와는 위대하다"고 적었다.
6주 전엔 "문제는 '누가 날 뛰게 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날 막을 것이냐'다(The question isn't who is going to let me; it's who is going to stop me)"라는 글을 남겼다.
세 시즌을 연달아 임대 구단에서 보낸 이 '볼보이 출신' 선수는 결국 스스로의 힘으로 무대에 올랐다.
[사진 = AFPBBNews, 트레보 찰로바 인스타그램]
유주정 통신원 yuzuj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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