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결국 육성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야구는 '요코하마 참사'를 뒤로 하고 KBO리그 후반기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위기의 한국야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찾아야 한다. 한국야구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외국인 사령탑의 시선이 궁금했다.
KIA에서 2년째 감독을 수행하는 맷 윌리엄스 감독은 "한국야구는 예전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발전했다. 천천히 발전하는 과정이 보인다"라고 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작년부터 KBO리그에 몸 담았지만, 과거에도 간접적으로 한국야구를 접했다.
한국야구가 도쿄올림픽에서 실패했다고 해서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시절보다 수준이 퇴보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13년 전보다 타자들의 타구속도는 더 빨라졌고, 수비수들의 시프트는 더 디테일해졌다. 디테일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프런트의 전문성도 많이 발전했다. 윌리엄스 감독 발언도 이런 부분들과 맥락이 닿는다.
단, 미국과 일본의 발전 속도는 한국보다 더 빠를 수 있다. 한국야구가 2년 전 프리미어12나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세계와 격차가 더 벌어진 것 같다는 평가가 '도태됐다'라는 결론으로 갈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 있다.
그렇다면 한국 야구는 앞 날을 어떻게 준비해야 미국과 일본을 따라갈 수 있을까. 윌리엄스 감독은 "사실 한국이 불리한 부분이 있다. 냉정하게 미국, 일본과 비교할 때 선수의 풀이 제한적이다.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어쩌면 미국과 일본을 쫓아가는 게 쉽지 않다는 뉘앙스다.
그래도 육성이 중요하다. 선수가 적어도 최대한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길러내야 한다. 10개 구단의 육성 시스템은 최근 많이 발전했다. 윌리엄스 감독도 인정했다. 그러나 시스템의 근본적인 한계 혹은 약점을 지적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미국은 19세 유망주가 싱글A부터 단계를 밟으면서 경험을 쌓고 올라간다. 한국은 그럴 수 없다"라고 했다. 루키리그부터 싱글A, 더블A, 트리플A서 충분히 성장통을 겪으며 완성된 선수만 메이저리그로 간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리빌딩 팀이 있고 윈나우 팀이 있지만 전체 수준은 굳건하다.
반면 KBO리그는 퓨처스리그와 1군이 전부다. 시즌 후 교육리그 등을 진행하지만 제한적이다. 상대적으로 준비가 덜 된 유망주, 경험을 덜 쌓은 유망주가 1군에 올라가는 비중이 높다. 1군의 경기력에 굴곡이 심한 이유다.
이게 꼭 나쁜 건 아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1군에서 경험을 쌓으며 발전을 향한 모멘텀을 갖는 경우도 많다. 한화의 경우 많은 젊은 선수가 이 과정을 밟고 있다. 다만, 1군에서 준비가 덜 된 유망주들이 갑자기 1군의 벽을 느끼는 과정에서 심리적 타격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유망주들이 발전할 수 있는 시간, 무대가 충분하지 않다는 윌리엄스 감독의 지적은 일리 있다.
그러나 윌리엄스 감독은 KBO리그 구단들이 많이 노력하고 있는 것도 안다. "KBO리그가 전체적으로 육성에 많이 신경을 쓴다. 우리 팀도 육성에 초점을 두고 시스템을 세워놨다. 좋은 어깨를 갖고 있는 투수도 다듬을 수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미국에 비해 그런 부분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육성은 계속하고 있다"라고 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야구 유망주들, 프로 저연차들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어린 선수들은 자신이 어떤 선수라는 걸 알아야 한다. 내가 어떤 걸 잘 하고 못하는지 깨닫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자신의 경쟁력을 냉정히 파악하는 게(자신이 깨닫든 지도자의 도움이 있든) 육성의 시작이요, 한국야구의 전체 경쟁력을 업그레이드 하는 출발점이다.
[맷 윌리엄스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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