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레전드'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감독이 2020 도쿄올림픽에서 '노메달'로 아쉬움을 남긴 한국야구 대표팀을 지켜본 소감을 남겼다.
이만수 전 감독은 1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야구 대표팀이 도쿄올림픽에서 4위로 마감한 것을 두고 "대표팀의 간절함이 부족해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정신력이 부족하다", "간절함이 부족하다" 등 쓴소리를 했지만 이만수 전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이만수 전 감독은 "세상은 참 많이 바뀌었다. 선수들의 멘탈 관리만 하더라도 내가 현역시절에는 한겨울 얼음물 입수, 공동묘지 방문, 해병대 극기훈련 등 신체적, 정신적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이 정신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고 많은 지도자들이 이 방법을 즐겨 사용했다"라고 자신이 현역으로 뛰었던 과거를 떠올렸다.
세월이 흐른 만큼 야구계 환경은 당연히 많은 변화가 생겼다. "선수단의 정신력 강화를 위해 팀마다 멘탈코치를 두기도 하고 선수 개인도 경기력 향상을 위해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도 한다. 우리 때 와는 확연히 다른 방법이다. 부러운 부분이다"라는 이만수 전 감독은 "이제 와서 돌아보면 내가 극한 상황속에서 얻은 것은 정신력이나 간절함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깡'만 늘었던 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야구인으로서 지켜본 이번 도쿄올림픽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 밖으로 드러난 4위의 성적보다 과정에서 아쉬운 부분은 없었나 돌아보게 되고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우리나라 야구가 정체돼 있지는 않았는지 자문했다"는 이만수 전 감독.
그는 "투수 선발이 어떻고, 어린 선수가 껌을 씹었고, 지도자의 인터뷰가 어떻고… 이런 것은 본질이 아니다. 선배들의 잘못 만으로 이렇게 된 것도 아니고 대표팀의 간절함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선수가 운동장에 나가면, 더구나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나가는 경기의 무게는 보는 이들의 상상 이상이다. 그러니 어느 한 부분만 잘못돼 야구 팬들이 실망하는 결과가 만들어 진 것은 아닐 것이다"라고 자신의 견해를 드러냈다.
이만수 전 감독은 수년간 유소년 재능기부를 통해 한국야구의 미래를 확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 7년간 재능기부를 위해 찾아다닌 많은 일선 학교에서 느낀 점은 '이렇게 계속 나가면 프로야구 발전이 어렵겠구나'하는 위기감을 느낀 적이 여러 번이었다"라면서 "이 아이들이 자라서 프로야구로 진출할텐데 일부이기는 하지만 과도한 학부형들의 기대와 성적 제일주의의 일선 지도자, 나무 배트 사용과 고등학생 지명타자 등 야구 발전을 더디게 하는 요소들이 산적해 있었다"고 현실적인 문제점을 이야기했다.
이어 이만수 전 감독은 "재능기부를 가는 학교에서 학생과 학부형을 모아 강연과 간담회를 자주 하는데 선수도 학부형도 최종 목표는 대부분 프로 선수로서의 성공이라고 한다. 안타까운 것은 성공 후에도 이뤄야 할 목표가 있다는 것을 부모도, 지도자도 아이들에게 제시해 줘야 하는데 그 부분이 아쉬울 때가 많았다. 명예와 부를 얻는 프로 선수로서 성공이 마지막 목표일 때는 필경 일탈과 부작용이 생기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최근 프로 선수들의 잦은 일탈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다른 이들에게 유익을 주는 일들이 최종 목표가 되도록 가정과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자라나야 운동장 안과 밖에서 페어플레이를 펼치는 진정한 스포츠 맨이 될 것이다"라는 이만수 전 감독은 "이제는 학생들에게 몇 가지 야구 기술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야구를 그만 두고 나서도 가져야 할 좋은 인생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더욱 도와야겠다"라는 말로 글을 마쳤다. 한국야구의 진정한 발전을 바라는 선배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만수 전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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