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나도 황대인이었어."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은 현역 시절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공수겸장 3루수였다. 올스타 5회, 실버슬러거 및 골드글러브 4회 수상을 자랑한다. KIA 사령탑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국내 팬들에겐 김병현과 함께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선수로 유명했다.
그런 윌리엄스 감독은 지난해부터 KIA 리빌딩을 완성하는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은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그래도 1,2군을 이끄는 통합 수장으로서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
대표적인 게 거포 육성이다. 현재 KIA 라인업에는 최형우를 제외하면 20~30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가 없다. 그런 점에서 구단 안팎에서 주목하는 선수가 오른손 내야수 황대인이다. 2015년 2차 1라운드 2순위로 입단했다. 상무에서 군 복무까지 마친 만 25세의 젊은 타자. 아직 잠재력을 꽃피우지 못했다.
황대인은 올 시즌 40경기서 타율 0.237 5홈런 16타점 8득점이다. 주전은 아니다. 3루에는 이적생 김태진이 자리잡았다. 주전 1루수는 류지혁이다. 그러나 류지혁을 1루수로 쓰기엔 탁월한 내야 멀티 수비력이 아깝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KIA로선 황대인의 잠재력 폭발이 필요하다.
황대인은 지난달 29일 인천 SSG전서 모처럼 주전 1루수로 나섰다. SSG 좌완 선발 오원석을 공략해달라는 윌리엄스 감독의 의도가 담겼다. 그러나 4타수 무안타에 삼진 1개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걸 확인한 경기였다.
윌리엄스 감독은 지난달 29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굿 파워. 분명히 좋은 타자"라고 했다. 그러나 "꾸준하게, 일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어떤 홈런타자도 매 타석 홈런을 칠 수 없다. 한 방에만 의존하지 않고 꾸준히 좋은 타격, 특히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는 게 중요하다.
윌리엄스 감독은 "어떤 타자가 400타석에 홈런 30개를 친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나머지 370타석은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젊은 선수들에겐 인내심이 필요하다. 단순히 안타를 많이 친다고 해서 30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가 40홈런을 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황대인이 단순히 홈런만 노리는 타자로 성장하면 안 된다는 뜻은 확고하다. 윌리엄스 감독은 "억지로 홈런을 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홈런이 나올 수 있게 꾸준히 타격을 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라고 했다.
베테랑 최형우의 장점을 흡수할 필요가 있다. 최형우도 엄격하게 볼 때 홈런타자라기보다 중, 장거리 타자다. 올 시즌 눈 질환으로 애버리지가 떨어지긴 했다. 그래도 상황에 맞는 타격능력이 탁월하다.
윌리엄스 감독은 "최형우는 상황에 따라 필요한 것을 정확히 이해하는 게 최대 장점이다. 2타점 적시타가 필요할 때 충분히 이해하고 실행해내는 선수다. 그런 이해력은 경험을 많이 쌓으면서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라고 했다.
갈 길이 멀다. 윌리엄스 감독은 "형우가 2타점 적시타를 생각할 때, 대인은 아직까지는 3점 홈런을 생각한다. 이 말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2타점 적시타에 만족할 줄도 알아야 한다. 본인이 많이 뛰고 느끼며 플레이 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윌리엄스 감독은 황대인의 지금 연차에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는 "나도 황대인이었어. 대인이 지금 하는 것만큼 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사실 윌리엄스 감독은 만 25세였던 1990년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타율 0.277 33홈런 122타점을 기록했다. 생애 첫 올스타 선정에 실버슬러거까지 수상했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1987년부터 1989년까지 저조한 시즌을 보내다 잠재력을 제대로 터트린 시즌이었다.
[황대인. 사진 = KIA 타이거즈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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