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윤욱재 기자]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에서 1점차 리드를 지킨 '차세대 수호신'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지난 해 두산과 NC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는 두산이 7-6으로 짜릿한 1점차 승리를 거뒀다. 마무리투수 역할을 맡겼던 이영하가 흔들리면서 새로운 뒷문지기가 필요했던 두산은 8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이승진을 마운드에 올렸다. 1점차라는 압박 속에 마운드에 오른 이승진은 150km에 달하는 강속구를 앞세워 아웃카운트 4개를 잡고 세이브를 따냈다.
마무리투수로 성장 가능성을 보인 한판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승진은 1군 엔트리에 이름이 없다. 올해 1승 4패 2세이브 13홀드 평균자책점 4.64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그는 한 달 가까이 1군 무대에서 사라진 상태다.
현재 2군에 있는 이승진은 7일 롯데와의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3이닝 1피안타 3볼넷 무실점을 남기며 조금씩 페이스를 찾고 있다.
한때 이승진은 2군에서 "시간을 갖고 싶다"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김태형 두산 감독은 "본인이 투구 밸런스 문제 때문에 당장 피칭을 하는 것보다 시간을 갖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라"면서 "무조건 쉰다고 좋아질 것도 아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이야기지만 구원왕을 해본 것도 아니고 몸으로 부딪혀 봐야지 생각에 잠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예민하게 고민할 것이 아니라 부딪혀서 이겨내야 한다"고 일침했다.
150km에 달하는 매력적인 강속구를 가진 그는 왜 방황을 해야 했을까. 김태형 감독은 "직구만 잘 던져도 되는데 변화구를 보완하려고 신경을 쓰다보니 밸런스가 무너진 것 같다. 장점까지 잃어버렸다. 2군에 내려가자마자 140km 초반까지 떨어졌다. 본인이 답답해서 쉬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다. 하지만 쉬면서 생각할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승진이 최근 2군에서 3이닝을 투구한 것도 이유가 있었다. 김태형 감독은 "본인이 많이 던져봐야 느낌을 알 수 있다. 불펜투수가 밸런스가 좋지 않으면 2군에서 투구수를 많이 가져가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많이 던졌다"고 밝혔다.
김태형 감독의 조언은 이어졌다. "컨디션이 1년 내내 좋을 수 없다. 오늘 150km를 던져도 내일 구속이 145km가 찍히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투수가 있다.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마운드에 올라가서 잘 막고 내려가면 된다. 항상 150km를 던질 수는 없다. 그것을 고민으로 가져가면 힘들어진다"는 김태형 감독은 "(이)승진이가 멘탈이 괜찮아지면 좋아질 것이다. 항상 이기고 싶고 즐거워야 하는데 기싸움에서 지고 들어가면 힘들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승진도 오죽 답답했으면 "쉬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했을까. 하지만 감독은 이제 막 커리어를 쌓는 선수가 너무 고민에 빠져들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생각이다. 한국시리즈에서 1점차 리드를 지킨 선수라면 분명 실력이 있고 발전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지금 2군에서 담금질하는 시간이 미래에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이승진.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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