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딜레마는 끝나지 않는다.
키움 주장 김혜성이 유격수에서 2루수로 변신한 건 8일 잠실 두산전부터였다. 물론 그 전에도 간혹 2루를 맡은 적은 있었다. 그러나 홍원기 감독이 공식적으로 포지션 전향을 선언한 게 그 무렵이었다.
실제 김혜성은 8일 두산전 이후 줄곧 2루수로 나서고 있다. 홍원기 감독도 당분간 김혜성을 2루수로 기용할 것이라고 했다. 홍 감독이 김혜성의 유격수 복귀는 '절대 없다'고 선언한 적은 없다. 그러나 최근 김혜성 관련 발언의 뉘앙스를 종합할 때 적어도 올 시즌에 김혜성이 다시 유격수로 선발 출전할 일은 없을 듯하다.
홍 감독은 김혜성을 유격수에서 2루수로 이동시킨 이유에 대해 주장의 책임감과 중압감, 유격수 특유의 수비 부담과 유격수 수비가 타격에 미치는 영향 등을 거론했다. 그러나 역시 가장 확실한 이유는 실책이다.
올 시즌 27개로 압도적 리그 1위다. 발도 빠르고 어깨도 좋아 어려운 타구를 곧잘 처리한다.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될 정도로 장래성을 인정 받았다. 하지만, 쉬운 타구에 대한 실수가 잦았다. 본래 수비를 잘 하지만, 실책 개수만 볼 때 유격수로서 안정감이 있다고 보긴 어려웠다.
홍 감독은 김혜성을 2루수로 옮겨 타격과 주루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유격수는 기존 젊은 중앙 내야수 자원들을 테스트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약 2주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금까지 김혜성의 2루수 전환은 절반의 성공이다.
일단 2루수로 옮긴 뒤 타격 페이스가 더 좋아졌다. 8일 두산전부터 22일 인천 SSG전까지 15경기서 55타수 21안타 타율 0.382 8타점 14득점 6도루다. 월간 타율이 8월 0.290서 9월 0.338로 치솟았다.
김혜성의 2루행으로 2루에서 3루로 옮긴 송성문도 최근 10경기서 타율 0.282 5타점 4득점으로 괜찮은 페이스다. 키움 3루는 김민성(LG)이 떠난 후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선수가 없었다. 장기적으로 군 복무를 해결한 송성문의 자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공격에선 홍 감독의 의도가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김혜성의 2루행에는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다. 일단 유격수에는 대졸 3년차 김주형(95⅔이닝 2실책)과 고졸 2년차 신준우(50이닝 3실책)가 가장 많은 기회를 받았다. 신준우가 20일 1군에서 말소되면서 김주형이 주전으로 자리를 잡는 분위기다.
문제는 김주형의 공격 생산력이다. 최근 10경기서 타율 0.231, 시즌 20경기서 타율 0.154. 신준우도 42경기서 타율 0.167에 그친 뒤 1군에서 말소됐다. 현실적으로 김혜성만한 생산력을 지닌 중앙내야수는 대체 불가다. 또한, 김주형과 신준우 모두 경험이 일천해 많은 시간, 많은 성장통이 필요하다.
급기야 22일 인천 SSG전에는 김휘집(24이닝 2실책)이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으나 실책을 범했다. 그리고 안타를 치지 못하면서 7회초에 대타로 교체됐다. 홍 감독은 7회말부터 김혜성 유격수-송성문 2루수 카드를 오랜만에 재가동했다. 결국 유격수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은 여전하다고 봐야 한다.
가장 심각한 건 수비다. 김혜성은 2루로 옮긴 뒤에도 종종 실책을 범했다. 22일 경기서도 초반 2개의 실책이 있었고, 대량실점에 영향을 미쳤다. 때문에 김혜성이 2루수로 옮긴 뒤 중앙내야의 안정감이 딱히 나아졌다고 보긴 어렵다. 김주형, 신준우, 김휘집은 공수에서 경험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키움은 올 시즌 실책 108개로 압도적 1위. 당연히 최근 팀 6연패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키움은 강정호(무적)-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으로 이어지는 대형 유격수를 배출했다. 김혜성이 강정호, 김하성과 스타일은 다르지만, 구단 역사에 한 획을 그을만한 대형 유격수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 성장통을 겪으면서 일단 2루로 외도했다.
어쨌든 키움은 힘겨운 순위다툼 속에서 다시 주전유격수 발굴에 나섰다. 전체적인 수비 안정감도 찾아야 하고 김혜성의 장점도 극대화해야 한다. 올 시즌 성적을 떠나 키움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이슈다.
[김혜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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