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백호 부럽죠. 나는 프로에서 우승을 못해 부럽기도 하고…."
키움 이정후는 지난달 31일 KT의 페넌트레이스 우승이 확정된 뒤 강백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그날 강백호는 6회초에 결승 1타점 좌전적시타를 날렸다. 사실상 강백호의 손으로 KT의 우승이 결정된 것이었다.
이정후는 1일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1차전을 앞두고 "직접 적시타까지 치고 우승했으니 활약이 컸다고 봐야 한다. 나는 프로에서 우승을 하지 못해 (강백호가) 부럽기도 하고 멋있기도 하고 그랬다. 우리도 우승을 하고 싶지만, 일단 매 경기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이정후는 아직 강백호의 짜릿함을 느껴보지 못했다. 2017년 히어로즈 입단 이후 팀이 한 번도 페넌트레이스 혹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년 후배 강백호가 데뷔 4년만에 우승의 맛을 봤으니 부러울만 하다. 강백호는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도전한다.
사실 이정후는 야구선수로서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신인왕에 올 시즌에는 타율 0.360으로 세계 최초 '부자 타격왕' 타이틀까지 획득했다. KBO리그 최고의 교타자이자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정후는 좀처럼 우승과 인연이 닿지 않는다. 우승은 나 혼자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팀 전력이 받쳐줘야 하기 때문이다. 종목을 불문하고 '무관의 제왕'이 탄생하는 건 프로스포츠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누구나 우승할 수 있다면, 우승의 가치는 높지 않을 것이다.
이정후는 올해도 우승에 실패했다. 키움은 2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5위에 와일드카드결정전 패퇴로 가을야구를 조기에 접었다. 모기업 없이 스폰서 의존도가 높은 특성상 매 시즌 리그 최고 수준의 페이롤을 책정하는 게 어렵다. 거물급 FA 영입은 고사하고 몸값이 높아지는 스타들을 붙잡는 것도 버겁다.
물론 키움은 신예 발굴 및 육성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다. 지금도 키움에는 젊고 가능성 넘치는 투타 인재가 즐비하다. 하지만, 리그 최고수준의 전력을 구축하는 건 여러모로 어려움이 따른다. 사실 박병호가 전성기 기량을 유지했을 때,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이 남아있던 2018~2019년이 우승 적기였으나 놓쳤다.
현실적으로 키움이 앞으로 언제 우승에 도전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냉정히 볼 때 타선과 불펜이 리그 정상급과 거리가 멀다. 수비에도 약점이 있다. 아무리 이정후가 대단한 타자라도 1년 144경기 내내 북 치고 장구까지 쳐서 키움을 우승시키는 건 너무 어려운 미션이다.
더구나 이정후도 2023시즌이 끝나면 풀타임 7년을 채우고 해외진출 자격을 얻는다. 이미 과거에 해외진출에 대한 꿈을 조심스럽게 꺼낸 바 있었다. 키움도 간판들을 해외에 보내고 이득을 취하는 전략을 잘 활용해왔다. 이정후가 혹시 해외 진출을 한다면, 그 전에 우승을 할 수 있을까. 만만치 않다.
모든 프로선수의 최종 목표는 우승이다. 이정후의 꿈은, 그리고 히어로즈 팬들의 14년 묵은 꿈은 언제 현실화될까. 키움보다 늦게 닻을 올린 NC와 KT도 페넌트레이스 혹은 한국시리즈 우승 맛을 봤다. 키움도 장기적으로 구단의 방향성을 점검하고 뭔가 변화를 줄 필요성은 있다. 만년 중위권 이미지가 장기화되는 것도 바람직한 건 아니다.
[이정후(위, 가운데), 이정후와 강백호(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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