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두산 베어스 김태형감독이 ‘누가 뭐래도 우리 팀의 4번 타자’라는 김재환은 올해 33세이다. 동갑내기인 LG 트윈스의 김현수와 두산 시절 한 팀에서 뛰었지만 김재환은 항상 뒤처졌다. ‘거포’의 자질을 지녔으나 컨택트 능력에서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김재환이 올시즌을 마치고 나면 처음으로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2008년 데뷔했으나 상무에서 퓨처스 리그에 참가하면 두 시즌 동안 병역 의무를 마치면서 1군에서 FA 경력을 쌓는데 시간이 걸린 것이다.
데뷔 연도를 기준으로 보면 인천고 출신으로 2008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4번으로 두산에 지명된 김재환은 무려 14년 만에 자유계약선수 신분을 얻어 FA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 받게 된다.
김현수가 두산 베어스에 연습생 신분으로 입단해 메이저리그, FA 4년 115억원 의 선수로 입지전적인 신화를 써가는 동안 김재환은 항상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그 결정적인 이유가 2년간 상무를 거쳐 2011시즌 두산 베어스로 복귀해 퓨처스리그에서 뛰고 있었을 때 국가대표로 발탁돼 그해 10월 열린 파나마 월드컵 당시 드러난 스테로이드 파문이다.
당시를 정확히 설명하면 국가대표로 선발 되면 도핑 검사를 해놓고 일단 대회 장소로 떠나게 된다. 김재환도 그랬다.
그런데 야구 월드컵에서 한국이 2경기를 마친 후에야 한국 도핑검사센터에서 파나마에 있는 국가대표팀으로 급히 연락이 왔다. 김재환의 소변에서 스테로이드가 검출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대표팀은 김재환을 곧바로 귀국시켰다. 파나마 현지에서 검사를 받아 스테로이드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검사해놓고 간 것의 결과가 현지 대표팀으로 통보된 것이다.
만일 파나마 현지에서 경기 후 검사 결과 양성이었으면 한국 대표팀에서 그가 뛴 경기는 몰수 게임패가 된다. 당시 한국의 중계 방송사에서 갑자기 김재환이 출장하지 않자 ‘왜 쓰지 않을 선수를 국가대표로 뽑았는지 모르겠다’고 궁금해 했는데 사실 한국에서 스테로이드 검사 결과가 파나마로 통보돼 먼저 귀국했기 때문이었다.
두산 베어스가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 4위의 성적으로 힘겹게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키움 히어로즈와의 와일드카드 2경기(1패 후 1승), 그리고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승-패-승)를 거치며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두자 두산 베어스 4번 김재환에 대해 재평가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가 2011년 스테로이드로 징계를 받고 벌써 10년이 지났다. 김재환은 2016시즌 134경기에서 34홈런(3위)을 치며 뒤늦게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2017년 35홈런(3위)에 이어 2018시즌 139경기에서 3할3푼4리의 고타율에 44홈런 133타점으로 홈런왕에 이르며 마침내 KBO리그 최고의 타자가 됐다.
당시 한국시리즈에서는 부상 등으로 제대로 출장하지 못한 채 SK 와이번스에 우승을 내줬으나 페넌트레이스 MVP 투표에서 김재환이 뽑혔다.
그런데 투표권을 가진 야구전문기자, 해설가, PD, 캐스터들이 두 파로 나뉘어졌다. 스테로이드는 오래 전의 일이라는 측과 절대로 용서해서는 안된다는 측으로 양분돼 극도로 대립했다.
결과는 김재환이 MVP가 됐다. 당시 김재환은 부상으로 받은 승용차를 팔고 자비를 보태 승합차를 마련해 필요한 단체에 기부했다.
김재환은 지난 해 30홈런, 113타점, 그리고 올 시즌에도 27홈런 102타점을 기록하며 두산 베어스를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김재환은 키움 히어로즈와의 와일드카드 1차전에서 결국 4-7로 패하기는 했으나 2-4로 뒤진 8회 말 막판 동점을 만드는 투런 홈런(투수 조상우)을 기록했다. 2차전서 16-8 대승을 거뒀을 때는 4타수2안타1볼넷 1도루로 승리를 도왔다.
김재환은 L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승)은 3타수 무안타, 2차전(패) 4타수1안타 2타점, 그리고 3차전(승)은 5타수1안타(2루타)를 기록했다.
와일드카드, 준플레이오프를 거친 4위 두산은 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2위 삼성과 플레이오프 1차전을 펼쳤는데 6-4로 이겼다.
4번으로 나선 김재환은 0-2로 뒤진 2회초 첫 타자로 나서 좌전안타(투수 뷰캐넌)를 뽑아내면서 공격의 물꼬를 텄다고 결국 그 이닝에서 3점을 뽑아 경기를 뒤집었다. 그는 4타수 3안타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10일 잠실 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 홈경기에서도 1회말 1사 1,2루 기회에서 밀어치는 타격 기술을 보이며 좌중간 1타점 적시 안타(투수 백정현)를 쳤다. 그것이 선제점 결승타가 됐고 4위 두산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김재환이 자신만의 집중력과 파워, 타격기술을 보여주면서 이제는 10년 전의 스테로이드 논란을 용서 받을 지 주목된다.
[김재환이 플레이오프 2차전 1회 결승타를 치고 1루에서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잠실=곽경훈 기자]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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