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데일리 MVP 한 번 받아야 될 거 아이가."
KT 이강철 감독은 사실 15일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 선발투수 소형준을 6회초 선두타자 강승호까지만 상대시키려고 했다. 타격감이 좋은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타석부터 불펜을 가동하려고 했다. 실제 소형준은 4회에 페르난데스에게 2루타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소형준의 공을 받던 포수 장성우의 생각은 달랐다. 벤치가 교체 타이밍에 대한 장성우의 생각을 묻자 "점수도 냈고(6-0 리드) 계속 던져도 될 것 같다고 했다"라고 했다. 결국 이 감독은 장성우의 의견을 존중했다.
그런데 소형준이 4회에 이어 6회에도 페르난데스에게 2루타를 맞았다. 김재환을 삼진 처리했으나 2사 2루서 박건우에게 초구와 2구에 모두 볼을 던졌다. 이날 소형준은 전반적으로 제구가 썩 날카롭지 않았다. 장성우는 순간적으로 박건우를 내보내면 안 된다고 판단, 마운드에 올라갔다.
보통 이런 상황서 포수는 투수를 다독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반전이 있었다. 장성우는 소형준에게 화를 냈고, 소형준도 웃고 말았다. 결국 소형준은 박건우를 3루 땅볼로 막고 실점을 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7회 시작과 함께 고영표를 올렸고, 결국 6-1 낙승했다.
장성우는 17일 한국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 "그날 1회부터 제구가 안 돼서 볼넷을 내줬다. 6회 그 상황에 마운드에 올라가서 신경질을 좀 냈다. 감독님이 바꾸자고 했는데도 내가 그대로 가자고 한 상황이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형준에게 "6점차다. 세게 던질 게 아니라 맞춰 잡아라. 니도 데일리 MVP 한번 받아야 될 거 아이가"라고 했다. 장성우의 강한 '자극'이 결과적으로 통했다. 소형준은 데일리 MVP 얘기에 웃고 말았고,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사람이 짜증을 냈는데 받아주는 사람이 웃는다? 사실 그게 더 열 받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장성우는 웃으며 "그 정도로 화났던 건 아니었다"라고 했다. 결국 2차전 데일리 MVP는 소형준이 아닌 박경수에게 돌아갔다.
소형준의 속마음은 몰라도, 장성우는 분명하다. "나는 데일리 MVP 욕심 없다. 경수 형, (유)한준이 형이랑 밥 먹으면서도 내가 못 쳐도 되니 팀만 이기고 우승하자고 그런다. 우승만 하면 좋겠다"라고 했다.
[소형준과 장성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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