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남들과 다른 길을 가고 싶었다. 코디 벨린저(LA 다저스)를 연구했다."
SSG 유격수 박성한은 상무 시절 결심했다. "남들은 유격수는 수비만 잘하면 된다고 하던데, 난 욕심이 많았다. 방망이까지 잘 쳐야 어느 정도 인정 받고 주위의 시선도 달라지겠다 싶었다. 상무 시절부터 '남들과 다른 길을 가야겠다', '독보적으로 가야겠다' 싶어 벨린저를 연구했다"라고 했다.
벨린저는 2017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자마자 중심타자로 자리매김했다. 2019년에는 타율 0.305 47홈런 115타점 121득점 OPS 1.035로 내셔널리그 MVP에 선정됐다. 골드글러브 및 실버슬러거까지 석권했다.
벨린저가 펄펄 날던 2019년은 박성한이 상무에서 군 복무를 하던 시기였다. 벨린저처럼 박성한도 좌타자다. 신장 대비 체구가 아주 큰 편이 아니라는 공통점도 있다. 그렇게 박성한은 당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에게 꽂혔다.
박성한은 2020시즌 막판 전역, 1군에 합류했다. 본격적으로 '벨린저 따라하기'에 도전했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남들에 비해 스윙 매커니즘, 궤도, 자세 모두 멋있어 보였다. 솔직히 처음에는 잘 됐다"라고 했다.
벨린저는 극단적인 어퍼스윙을 하는 스타일이다. 경기를 거듭할 수록 '안 맞는다'는 걸 느꼈다. 박성한은 "경기를 뛰면서 조금씩 달라지더라. 그 전까지 했던 폼이 있는데, (벨린저 폼으로)하다 보니 막히더라. 포인트도 많이 앞에서 쳐야 하고 어퍼스윙인데 아니다 싶어서 다운스윙으로 바꿨다"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벨린저도 2020년과 올 시즌 '폭망'했다. 지난 2년간 합계 151경기 22홈런 66타점에 그쳤다. 올 시즌에는 타율 0.165에 머물렀다. 포스트시즌서 살짝 반등했다. 그러나 내년에 다시 입증해야 하는 타자다.
박성한은 이진영 타격코치의 뜻을 받아들였다. 스윙 매커니즘을 수정했다. 벨린저의 어퍼스윙을 버렸다. 다운스윙을 하다 다시 어퍼스윙과 다운스윙의 중간지점을 찾았다. 박성한은 "이진영 코치님과 함께 내 스타일에 맞는 방향을 찾았다. 꾸준히 하다 보니 결과가 나왔고, 자신감도 찾았다"라고 했다.
이 코치는 박성한에게 현실적 목표를 제시했다. 2017년 1군 데뷔 후 한 시즌도 풀타임을 소화해본 적 없는 내야수. 그것도 주전 유격수에 도전하는 타자라면 2할7푼이면 괜찮다고 봤다. 박성한에게 2할7푼을 치면, 원하는 걸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런 박성한은 올 시즌 135경기서 407타수 123안타 타율 0.302 4홈런 44타점 53득점했다. 타격이 약한 내야수라는 평가를 뒤엎고 '공수겸장' 주전 유격수로 거듭났다. 수년간 중앙내야, 특히 전통적으로 유격수가 약한 SSG에 단비와도 같은 존재였다. 박성한의 발견은 올 시즌 SSG의 최대수확이다.
박성한은 "개인적으로 '3할을 치겠다'는 목표만 있었다. 시작할 때는 주위의 기대치가 낮았다. 이진영 코치님도 기대를 안 했는데 하다 보니까 3할까지 가있더라. 그래서 좋았다"라고 했다. 상대 견제, 체력 관리 등 각종 어려움을 딛고 3할 유격수로 거듭났다. 이 코치의 날카로운 조언, 박성한의 노력과 도전이 일궈낸 결과다.
박성한의 '벨린저 따라하기'는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그러나 폄하될 이유는 전혀 없다. 프로는 도전이 숙명이다. 도전은 순수했다. 도전 끝에 찾아온 시행착오는 성공의 발판이 됐다. 그렇게 박성한은 3할 타자로 거듭나면서 야구의 스펙트럼까지 넓혔다.
그래서일까. 1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마무리훈련 후 만난 박성한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3할을 치고 시즌을 끝내니 이진영 코치님이 '축하한다'고 했다. 그런데 선물은 아직 안 사주셨다"라고 했다.
[박성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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