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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코끼리' 김응용 전 감독 및 사장이 하지 못한 걸 '강철매직' KT 이강철 감독이 했다?
사실이다. 이강철 감독의 KT는 18일 두산을 8-4로 꺾고 1군 진입 7시즌만에 처음으로 페넌트레이스 및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두산을 상대로 압도적인 마운드 힘을 과시하며 4승 무패, 퍼펙트 우승을 일궈냈다.
KT와 이강철 감독에게 이번 한국시리즈는 첫 한국시리즈였다. KT는 창단 후 처음으로 맞이한 한국시리즈서 '무결점 우승'을 해내는 기염을 토했다. KBO리그 역사를 돌아보면, 처음으로 한국시리즈를 치러본 팀이나 감독이 4승 무패로 우승한 케이스는 드물다.
김응용 전 감독은 1983년에 해태 타이거즈 지휘봉을 잡았다. 4승 무패로 MBC를 따돌리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으나 4차전 1-1 무승부가 끼여있었다. 정확하게는 4승1무 우승이었다. 해태는 1986~1989년 한국시리즈 4연패를 차지할 때도 무패 우승은 없었다. 1991년에서야 빙그레를 상대로 처음으로 4승 무패, 퍼펙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LG의 경우 1990년과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모두 4승 무패 우승이었으나 MBC 시절이던 1983년에 해태의 우승 제물이 된 사례가 있었다. 이후 2005년 삼성, 2010년 SK, 2016년과 2019년 두산이 4승 무패 우승을 해냈으나 역시 한국시리즈 첫 경험은 아니었다.
해태 다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많이 한 삼성도 2002년 첫 우승 당시 4승2패였다. 두산은 OB 시절이던 1995년 첫 우승을 4승3패로 해냈다. SSG는 SK 시절이던 2007년 첫 우승을 4승2패로 장식했다. 그만큼 첫 한국시리즈서 4승 무패 우승을 일궈내는 건 쉽지 않다.
감독의 경우 2005년 부임, 곧바로 삼성의 통합우승을 이끈 선동열 전 감독이 생애 첫 한국시리즈서 두산을 4승 무패로 잡아냈다. 감독으로 한정할 때 첫 한국시리즈서 4승 무패, 퍼펙트로 우승한 최초 사례였다. 이강철 감독이 두 번째 케이스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감독들도 대부분 첫 한국시리즈서 고전했다. 우승을 하더라도 1경기도 비기거나 지지 않은 경우는 드물었다. 류중일 전 삼성, LG 감독이 데뷔 첫 시즌이던 2011년에 곧바로 삼성의 통합우승을 이끌어냈으나 4승 무패가 아닌 4승1패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데뷔 첫 시즌이던 2015년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으나 역시 4승1패였다.
어떻게 보면 이 감독과 KT의 첫 한국시리즈 4승 무패 우승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우승은 똑같은 우승일 뿐이다. 하지만, 이 감독과 KT로선 자부심이 좀 더 생기지 않을까. 더구나 이 감독은 역대 최초 한국시리즈 MVP 출신(1996년)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이다. 스타플레이어는 명감독이 될 수 없다는 속설을 보기 좋게 깼다.
이 감독은 이번 한국시리즈서 토종에이스 고영표를 불펜으로 돌려 2~3차전에 기용한 게 성공하는 등 상당히 깔끔하고도 공격적인 경기운영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단기전 베테랑 김태형 감독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통합우승은 커녕 한국시리즈 문턱조차 밟지 못하고 물러나는 감독이 많은 걸 감안하면, 이 감독의 지도력이 인정 받는 시대가 됐다.
[KT 이강철 감독(위, 가운데), 김응용 전 감독(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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