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함평 김진성 기자] "우승하면 좋고, 상위권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
KIA 최형우(39)는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타자다. 2010년대 초반 삼성왕조 출신이며, 2017년 KIA 이적 후 두 차례 FA 계약을 통해 '147억원의 사나이'가 됐다. 이적하자마자 KIA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지난 3년 연속 KIA의 가을야구 좌절도 경험했다.
그런 최형우가 2일 함평 스프링캠프 오전훈련을 마치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올해 좋은 기회가 왔으니까 잘해야 한다"라고 했다. 기회라는 의미에 대해 "나뿐 아니라 모든 선수가 잘 잡아야 한다"라고 했다.
단순히 지난해 최악의 부진에 시달린 본인의 부활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KIA라는 팀의 애버리지 상승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뜻이다. 기본적으로 FA 시장에서 253억원을 들여 영입한 나성범과 양현종 효과에 대한 기대가 깔려있다.
두 사람이 단순히 중심타자와 핵심 선발투수로서 최상위급 퍼포먼스를 발휘하길 기대하는 게 아니다. 이미 스프링캠프에서 팀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구성원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개개인의 실질적인 기술과 멘탈의 업그레이드까지 폭넓은 효과가 기대된다.
최형우가 5년 전 KIA에 몰고 왔던 효과들이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기회"라는 발언이 의미 있다. 그는 "팀이 상위권에 있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내가 2017년에 와서 우승 한번 하고 (중, 하위권으로)내려갔는데, 올해부터라도 지속적인 강팀이 될 수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일단 자신의 부활이 필수다. 그래야 나성범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최형우, 양현종, 나성범이 144경기를 전부 책임질 수 있는 건 아니다. 결국 지난 3년간 포스트시즌 문턱을 밟지 못했던 기존 멤버들의 업그레이드가 절실하다. 그들에게 이번 스프링캠프는 양현종과 나성범 '버프'를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최형우는 "전부 잘 해야 한다. 기회라는 건 쉽게 안 온다. 다시 기회가 온 것 같다. 팀이 짜임새를 갖추는 것도 기회가 와야 할 수 있는 것이다. 작년에 어린 선수들이 성장한 부분도 있다. 오래 잘 하다가 돌아온 선수(양현종), 다른 팀에서 잘 하다 들어온 선수(나성범)도 있으니 기회인 것 같다. 우승하면 좋고 우승보다 상위권 순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시간이 필요하다.
최형우가 젊었을 때 몸 담은 삼성은 무려 5년간 우승 컨텐더로 군림했다. 주축 멤버들의 불미스러운 스캔들만 없었다면 통합 4연패, 페넌트레이스 5연패 이상의 뭔가가 기대될 정도로 '이길 줄 아는 팀', '뭔가 기대가 되는 팀'이었다. 하루아침에 그런 평가를 받았던 게 아니다. 구단의 명확한 방향 설정에 따른 건전한 리빌딩이 뒷받침됐다.
그러나 2009년 KIA와 2017년 KIA는 통합우승의 영광이 '지속 가능한 강팀'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KIA는 이제라도 그렇게 하기 위해 '뉴 타이거즈'를 선언했다. 많은 세부적 변화가 뒤따랐다. 그 과정에서 경험이 풍부한 147억원 베테랑타자는 뭔가 다른 신호를 감지했다.
KIA가 단순히 한해 반짝 하길 바라지 않는다. 자신이 은퇴한 뒤에도 타이거즈가 강팀으로 군림하길 바란다. 최형우의 말처럼, 타이거즈 모든 구성원이 힘을 모아야 한다. 최형우는 올해 동료들과 지속 가능한 강팀의 초석을 다지려고 한다.
[최형우와 KIA 선수들. 사진 = 함평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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