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해 박승환 기자] "(유)한준이 형처럼 하고 싶은데, 됐으면 좋겠다"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는 올 시즌으로 끝으로 현역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을 예정이다. 이대호는 지난해 초 롯데 자이언츠와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을 당시 우승에 대한 간절한 마음과 함께 현역 은퇴 시점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대호의 바람과 달리 지난해 롯데의 성적은 우승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롯데는 래리 서튼 감독이 부임한 이후 53승 8무 53패, 후반기 승률 3위(0.547)를 기록하는 등 시즌 막바지까지 가을야구 티켓을 놓고 경쟁을 펼쳤지만, 시즌 초반의 부진했던 성적을 상쇄하지는 못했다.
이대호는 KBO리그에서 2010년 타격 7관왕과 9경기 연속 홈런, MVP로 선정,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일본프로야구 재팬시리즈 MVP,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2015 WBSC 프리미어12에서 우승, 등 한·미·일 리그를 모두 경험하는 등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유일하게 이루지 못한 것은 KBO리그 우승이다.
이대호는 지난 2001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아 KBO리그에 발을 들인 이후 단 한 번도 우승을 맛보지 못했다. 롯데는 지난 1992년 이후 29년 동안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롯데는 KBO리그에서 현재 가장 오랜 기간 우승을 하지 못한 불명예를 안고 있다.
스스로 '은퇴'를 언급한 만큼 그 누구보다 열심히 시즌을 준비했다. 12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훈련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이대호의 모습은 '홀쭉'했다. 그는 '살이 빠졌다'는 말에 "그냥 열심히 했다. 마지막이기 때문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조금 더 노력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후배들을 위해서 은퇴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스프링 캠프인데 실감이 나지 않는다. '마지막 기회인데, 좋은 성적이 나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운동을 했다. 올해 30홈런 100타점이 목표인데, 내가 이를 해낼 수 있다면,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을 '행복'으로 표현했다. 이대호는 "내년에는 이런 훈련 기간도 없을 것이다. 매 시즌을 준비했던 시간이 힘들지만, 행복했다. 20년간 겨울에 열심히 했기 때문에 다치지 않고 오래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운동을 많이 했는데, 슬펐다. 한편으로는 시원섭섭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했다"고 웃었다.
은퇴를 번복할 마음은 절대 없다. 다만 지난해 창단 첫 통합 우승을 거둔 뒤 은퇴한 유한준을 부러워했다. 이대호는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 시절에 두 차례 우승을 경험했지만, 유일하게 없는 것이 KBO리그 정규시즌 우승, 한국시리즈 우승이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남자가 말을 뱉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가족들도 아쉬워하지만, 내 결정이다. 올해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 잘 하든 못 하든 다 쏟아내고 그만뒀으면 좋겠다"며 "30홈런 100타점을 치고 멋있게 은퇴하고 싶다. 작년에 유한준 선배가 우승을 하고 은퇴한 것이 멋있었다. (유)한준이 형처럼 하고 싶은데,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은 후 헹가래를 받고 있는 유한준.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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