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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가장 즐거웠을 때는 로이스터 감독님이 있을 때"
이대호는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다. 지난해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을 때 은퇴를 암시했고, 지난 12일 인터뷰를 통해 "남자가 말을 뱉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이대호는 KBO리그에서만 16년, 일본프로야구에서 4년, 메이저리그에서 1년 등 총 20년이 넘는 프로 생활을 하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았던 시기는 언제일까. 이대호의 선택에는 거침이 없었다. 바로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팀을 이끌던 시절을 손꼽았다.
KBO리그 최초의 외국인 감독인 로이스터는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롯데의 사령탑으로 팀을 이끌었다. 롯데가 일명 비밀번호로 불리는 '8888577'의 암흑기를 겪던 시기에 지휘봉을 잡았고, '노 피어(No Fear)' 정신을 바탕으로 3년 연속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았다.
로이스터 감독이 팀을 이끌던 시절 부산은 그야말로 연일 '축제'였다. 사직구장은 '사직 노래방'으로 불릴 정도였다. 홍성흔과 이대호, 카림 가르시아, 강민호로 이어지는 막강 타선이 터지는 날이면 사직구장은 들썩였고, 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이 목청껏 부르는 응원가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이대호의 기억에도 로이스터 감독이 팀을 이끌던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대호는 "야구 인생을 돌아보면 올림픽 금메달도 생각이 나지만, 가장 즐거웠을 때는 로이스터 감독님이 있을 때였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우리 팀이 계속해서 4강에 들고 했을 때 정말 즐겁게 했다. 야구장에 가는 것이 즐거웠고, 거침이 없었다. 점수도 쉽게 잘 냈었고,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그 3~4년이 너무 소중했던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KBO리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많은 관중을 들이지 못했다. 육성 응원도 할 수가 없고, 취식도 불가능할 정도로 제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직구장을 가득 메웠던 관중들이 더욱 그리운 이대호다.
이대호는 '꽉 찬 사직이 그립지 않나'라는 말에 "그립다. 2008~2010년에는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 느낌이었다. 그런 것이 많이 그립다. 조용한 야구장보다는 같이 스트레스도 풀고, 2~3만명이 같이 야구를 했을 때가 많이 그리운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올 시즌에 모든 것을 쏟아낼 예정이다. 이대호는 "어렸을 때는 '살쪄서 야구를 못한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21년간 야구를 했다. 지금까지 이 큰 몸이 버텨줘야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몸을 만드는 시간도 행복했다. 이제 경기를 하는 시간도 소중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대호는 "가족들도 아쉬워한다. 하지만 내 결정이다. 올해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 내가 가진 것을 다 쏟아내고 그만두고 싶다"며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이기는 것이 스포츠다. 우승은 4강에 들어야 노려볼 수 있는 것이다. 꼭 4강에 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대호와 제리 로이스터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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