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선발왕국의 꿈. 일단 스톱이다.
KIA가 암초를 만났다. 올 시즌 4~5선발을 예약한 좌완 이의리와 우완 사이드암 임기영이 나란히 함평 스프링캠프에서 이탈했다. 이의리는 왼손 중지에 물집이 생겼다. 임기영은 왼쪽 내복사근 미세손상.
KIA 관계자에 따르면, 이의리의 공백기는 길지 않을 전망이다. 물집이라 벗겨진 살갗을 대신할 새살이 올라오면 곧바로 복귀할 수 있다. 그러나 임기영은 가벼운 부상이 아니다. 3주 정도 지켜본 뒤 옆구리 상태를 다시 체크할 예정이다.
현 시점에선 3주 뒤는 3월 초를 의미한다. 3주간 컨디션과 투구수를 올리는 작업을 전혀 하지 못한다. 때문에 3주 뒤에 다시 공을 잡더라도 내달 12일 개막하는 시범경기에 맞춰 실전 등판을 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 공백기가 더 길어지면 그만큼 더 손해다. 4월 개막로테이션에서 빠져야 할 수도 있다.
KIA는 올 시즌 5인 선발로테이션을 갖춘 채 스프링캠프를 맞이했다. 에이스 양현종이 돌아왔다. 외인 션 놀린과 로니 윌리엄스에 지난해 신인왕 이의리, 작년에 부활한 사이드암 임기영이 건재하다. 김종국 감독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의리와 임기영의 이탈로 김 감독의 선발진 구상도 원점에서 다시 출발한다. 공교롭게도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 초반 냉정한 관점으로 투수들을 바라봤다. "검증된 건 양현종 뿐"이라고 했다. 두 명의 외인은 KBO리그가 처음인 뉴 페이스다. 임기영의 애버리지가 믿을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의리는 이제 2년차일 뿐이다.
그러면서 선발진 예비 후보를 골라내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했다. 윤중현, 한승혁, 유승철 등 플랜B 후보들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분발을 유도했다. 실제 임기영과 이의리가 이탈하면서 이른 시기에 플랜B를 가동하게 됐다. 김 감독의 우려가 너무 빨리 현실이 된 셈이다.
이런 현실을 마냥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어차피 장기레이스에선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감독은 최악을 대비하고 움직이는 게 맞다. 선수는 많을수록 좋다. 부상 이슈에, 올 시즌에는 코로나19 이슈도 거세질 전망이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주축 멤버 없이 경기에 나서는 일이 늘어날 수 있다. 이렇게 된 이상, 플랜B들은 좀 더 확실하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 김종국 감독도 미리 그들의 역량을 디테일하게 체크할 수 있다.
올 시즌 KIA는 선발진 성적이 중요하다. 나성범을 영입했지만, 여전히 타선은 리그 최상위권과 거리가 있다. 마운드의 힘을 최대한 키워야 한다. 모처럼 5선발을 정하고 스프링캠프에 들어왔으니 선발 왕국 재건을 노리는 건 이상하지 않다. 실제 돌아온 양현종을 중심으로 선발투수들이 똘똘 뭉치고 시너지를 낼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런 상황서 선발진에 노란불이 들어왔다. KIA로선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그러나 더 단단해질 기회다. 선발 왕국이던 2009년과 2017년 통합우승 시즌에도 마운드에 아무 일이 없었던 게 아니다. 오히려 올해는 일이 빨리 터지면서 수습할 시간도 충분히 벌었다.
[이의리(위), 임기영(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