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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런던 유주 정 통신원] “유스 아카데미 선수 97%가 경쟁에서 밀려나는데, 이는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이 현지시간 지난 16일 보도한 기사의 제목이다. 매체는 프로축구 구단들 산하 유스 아카데미의 유소년 선수 양성 방식을 지적하며 지난 2019년 세상을 떠난 제러미 위스턴의 예를 들었다.
위스턴은 맨체스터 시티 유스 아카데미에서 훈련을 받았다. 한때는 촉망받는 수비수 자원이었지만 부상으로 오랫동안 고군분투했고, 2019년 5월 결국 맨시티를 떠났다.
그리고 이듬해 10월, 그는 자택 내 자신의 방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해 FA 유스컵에서 우승한 맨시티 유스팀 선수들은 결승전에서 위스턴을 기리는 세레모니를 하기도 했다.
위스턴의 사망 직후 영국 축구계에선 아카데미 출신 청소년들에 대한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의 축구 아카데미들은 매년 수천 명의 어린이를 모집한다. ‘재능 공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문제는 이렇게 유소년기를 축구에 쏟아부은 아이들 열 명 중 일곱 명은 프로 무대에 데뷔하지 못하고 꿈을 접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중 상당수는 학업 복귀에 어려움을 겪는다.
가까스로 프로 유니폼을 입더라도 순탄한 선수 생활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올해로 21~26세가 된 프리미어리그 아카데미 출신 선수 4109명 중 단 한 차례라도 소위 ‘메인 무대’에서 주목받은 선수는 3%에 불과하다. 97%는 이름조차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비인기 구단들을 전전하며 20대를 보내게 되는 것이다.
이 매체는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현재 아카데미 시스템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며 “단순히 아카데미 소속 선수 숫자보다는 이들의 사후 관리가 한층 더 중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위스턴의 아버지 마닐라 위스턴은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단순히 불평을 하려는 게 아니다. 축구계를 비난하는 것으로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면서도 축구계가 중도 탈락한 소년들을 충분히 보살피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전직 맨체스터 시티 교육국장 피트 로우 역시 “구단들이 아카데미 교육생 숫자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맨시티를 떠난 뒤 아카데미 출신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단체 ‘플레이어스넷(PlayersNet)’을 설립했다.
로우는 “이 아이들은 시스템 안에 갇혀 있다”며 “최소한 선수들이 ‘자신이 재능이 없다’는 사실에 서서히 익숙해지게라도 해야 한다. 나중에 극단적으로 절망하는 일이 없게끔 말이다”라고 강조했다.
[사진 = 제러미 위스턴의 생전 모습. Daily Mail]
유주정 통신원 yuzuj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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