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4년 6개월전인 2017년 9월로 시계를 돌려보자. 서울고 3학년 우완투수 주승우는 10개 프로구단으로부터 지명을 받지 못해 좌절했다.
3학년때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친구 강백호는 2차 전체 1번으로 KT 유니폼을 입었기에 주승우의 상실감은 더 더욱 컸다.
물론 강백호는 초고교급 타자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지만 그는 2학년때 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했다. 체구도 작아 그를 찾는 구단이 없는 것은 어찌보며 당연했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그는 성균관대학교에 진학했다. 그리고 4년이 흐른 2021년 8월 주승우는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당당히 1차 지명으로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4년만의 반전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지난 해 드래프트에는 대졸 선수가 240명, 고졸 선수가 760명 등 1000명이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당연히 1차 지명된 선수는 10명. 대학 졸업 선수는 주승우가 유일했다. 대졸 선수가 드래프트에서 1차지명으로 뽑힌 경우는 2019년 LG 이정용에 이어 3년만이기도 했다.
4년전 프로야구에 지명을 받지 못한 주승우는“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 수모와 분노를 가슴에 담고 대학에서 절치부심했다.
주승우는 “분노와 비슷한 느낌을 4년 동안 가슴에 품고 살았다. 그것이 원동력이 돼 좋은 결실을 맺은 것 같다. 뿌듯하고 내 자신이 기특하다”고 대학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대학 4년동안 60경기(175⅓이닝)에 나서 12승 5패 평균자책점 2.77을 기록했고 2022 신인 드래프트에서 키움의 1차 지명을 받으며 프로 입단에 성공했다.
고등학교 동기이지만 프로야구 4년선배인 강백호도 그의 프로행을 축하해주었다고 한다. 주승우는 “백호와 가끔 전화를 주고 받는다. 백호가 프로 4년 선배이니 프로에 대해서 얘기도 해주고, 조언도 해주었다”고 말했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주승우를 즉시즉력감으로 생각하고 있다. 특히 조상우가 빠진 불펜진의 공백을 메워줄 투수로 일찌감치 점찍어 놓았다.
주승우는 지난 겨울 팀의 마무리 캠프에도 참가했다. 그리고 지금 고흥과 강진으로 이어지는 팀의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주승우는 “TV로만 보던 선수들과 함께 운동하는 점이 신기하다. 다들 잘 챙겨주셔서 적응하기 편하다”며 “캠프에 온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올 한 시즌 잘 준비해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다”고 밝혔다.
주승우의 주무기는 대학교 때부터 갈고 닦은 슬라이더이다. 프로에서 첫 시즌이기에 아직 통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는 스프링캠프 동안 더욱더 정교하게 다듬어 프로에서도 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하지만 주승우는 내심 신인왕도 노리고 있다. “불펜이기 때문에 홀드를 많이 해서 신인왕을 노려보겠다”는 주성우가 꼽은 경쟁자는 한화 문동주와 KT 박영현이다.
주승우는 “나는 대졸선수이다. 고졸 투수인 두 선수보다 경기 경험이 많다. 경기 운영능력도 낫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라고 다짐했다.
[사진=강진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