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통영 윤욱재 기자] "저래서 홈런 10개는 치겠나"
2014년이었다. NC가 창단 처음으로 영입한 외국인타자 에릭 테임즈(36)의 첫인상은 그리 강렬하지 않았다. 당시 NC에서 뛰었던 이호준 LG 타격코치는 테임즈의 첫인상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호준 코치는 "테임즈가 처음 왔을 때 타구를 우측으로 당겨치지 않더라"면서 "좌측으로 계속 밀어치길래 '저래서 홈런 10개는 치겠나'고 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나 테임즈는 정규시즌 개막에 맞춰 페이스를 천천히 끌어올리는 루틴을 실행 중이었고 결국 타율 .343 37홈런 121타점 11도루를 폭발하면서 NC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테임즈는 2015년 KBO 리그 사상 첫 40홈런-40도루 클럽에 가입하는 등 KBO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타자로 이름을 남겼다. 한국에서 뛴 3년 동안 타율 .349 124홈런 382타점 64도루라는 믿기지 않는 성적표를 남기고 메이저리그 무대로 향했다.
테임즈의 동료였던 이호준 코치는 지금 통영에서 LG의 타자들을 지도하고 있다. 아무래도 LG는 항상 타격에 대한 지적이 따르기 때문에 외국인타자의 활약 여부도 많은 관심을 모은다.
LG는 3루수가 주 포지션인 리오 루이즈를 새 외국인타자로 영입했다. 그런데 이호준 코치는 루이즈의 훈련을 지켜보면서 8년 전 테임즈에게서 봤던 모습을 다시 보고 있다.
"지금 루이즈도 그렇다. 테임즈도 당시에 자신의 루틴을 계속 지키면서 오버하지 않았다. 루이즈도 지금 자신의 루틴대로 가고 있다. 아직은 베스트로 끌어 올리지는 않더라"는 이호준 코치는 "루이즈가 중장거리형 타자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양현종을 상대로 홈런을 쳤다고 하니 기대도 된다"라고 말했다.
LG는 지난 해 외국인타자의 부상과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팀이다. 2020년만 해도 홈런 38개를 폭발했던 로베르토 라모스가 지난 해에는 홈런 8개에 그치고 여러 부상에 시달리면서 중도하차를 해야 했다. 라모스의 부재를 메우기 위해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에서 경력을 쌓은 저스틴 보어를 대체 외국인타자로 영입했지만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화력을 끌어올리지 못한 LG는 결국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1승 2패로 무릎을 꿇으며 아쉽게 가을야구를 마무리했다.
그래서 올해는 루이즈의 활약 여부가 LG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할 수 있다. 선수 본인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루이즈는 이에 개의치 않고 자신 만의 루틴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오히려 LG가 안심할 수 있는 요소다.
루이즈는 한국이라는 낯선 무대에 왔지만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은 단 1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흔들림 없이 자신의 루틴을 지키며 올 시즌 개막을 준비 중이다. 이호준 코치는 루이즈의 훈련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테임즈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에릭 테임즈(첫 번째 사진)와 리오 루이즈. 사진 = 마이데일리 DB, 통영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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