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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스웨덴 출신의 세계적 축구 명장인 스벤 예란 에릭손(74) 전 감독이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북한으로부터 조 추첨을 조작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에릭손 전 감독은 24일 영국 BBC 라디오5의 ‘가장 기이한 스포츠 범죄’ 코너에 출연해 과거 북한 방문 도중 겪은 일을 털어놨다. 에릭손 전 감독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잉글랜드 대표팀을 지휘했고, 2008년부터 2009년까지는 멕시코 대표팀을 맡았다.
에릭손 전 감독은 당시 잉글랜드 노츠카운티의 단장을 맡고 있었다. 러셀 킹이라는 인물이 노츠카운티 구단을 인수했는데, 스위스의 투자 회사가 북한의 광산에 대한 독점 개발권을 갖고 있어 이 문제가 잘 풀리면 구단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올 것이라고 홍보했다.
킹은 이 자금을 바탕으로 노츠카운티를 5년 이내에 최상위 리그인 프리미어리그로 승격시키겠다는 계획을 앞세워 에릭손 전 감독을 단장으로 영입했다.
에릭손 전 감독은 2009년 10월 북한에 방문했다. 킹이 에릭손 전 감독에게 “구단에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부탁해서다. 에릭손 감독은 인터뷰에서 “나는 사실 북한에 가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북한을 방문한 에릭손 감독에게 북한 측은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느냐’고 했다. 에릭손 감독은 축구공이나 축구화 등을 지원해달라는 부탁 정도로 흔쾌히 수락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뜻밖이었다고 한다. 에릭손 감독은 “북한 관계자가 ‘(월드컵 본선) ‘조 추첨을 쉽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그것은 범죄다’라며 여러 차레 거부했지만, 그들은 집요했다”고 말했다. 당시 북한은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통과해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 출전권을 확보한 상태였다.
에릭손 감독은 “그런 일은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누구도 해서는 안 되는 범죄라고 답했지만, 북한 사람들은 내가 할 수 있는데도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 것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고 했다.
북한은 남아공월드컵에서 브라질, 포르투갈, 코트디부아르와 함께 ‘죽음의 조’로 불린 G조에 편성됐다. 브라질과의 첫 경기에서 1-2로 패하며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후 포르투갈(0-7 패)과 코트디부아르(0-3패)에 완패하며 3전 전패로 탈락했다. 이 대회에서 에릭손 감독은 코트디부아르를 이끌었고, 북한에는 승리했지만 브라질과 포르투갈에 밀려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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