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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여자 프로배구가 결국 파국을 맞았다. 매뉴얼만 따지던 한국배구연맹(KOVO)이 매뉴얼도 파기하면서까지 포스트 시즌을 강행하려고 했지만 '코로나 공습’에 결국 손을 들었다.
이미 어느정도 예견된 상황에서 KOVO는‘매뉴얼과 인기와 실리’만 찾다가 결국 최악의 참사를 불러왔다. 결국 이런 사태까지 올 동안 KOVO는 무엇을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1일 "페퍼저축은행에서 코로나19 추가 확진 선수 1명 및 부상 선수 1명(기존 확진자 1명, 부상 2명)과 IBK기업은행에서 추가 확진 선수 3명(기존 확진자 3명)이 발생함에 따라 리그 정상 운영 기준인 12명의 선수 엔트리 조건을 두 팀이 충족하지 못하게 돼 여자부를 다시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KOVO는 이번 중단으로 누적 중단기간이 36일이 돼 연맹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에 의거, 중단기간이 28일 초과 시 리그를 조기 종료해야 함에 따라 시행 전 최종적으로 구단과 긴급 대책회의를 실시해 의견을 나눴다.
KOVO는 "회의를 통해 리그 조기 종료, 리그 축소 진행 등 여러 안을 가지고 심도 있게 논의했고, 그 결과 ①누적 중단기간이 36일로 매뉴얼상 조기종료를 해야 하는 점, ②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점, ③선수들의 회복 및 훈련시간 부족 등의 이유로 시즌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공식 발표했다.
결국 ‘매뉴얼 타령’만 하다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것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매뉴얼 핑계만 되던 KOVO는 이에 앞서 매뉴얼조차도 뒤엎었지만 결국‘게도 구럭도 잃는 최악의 사태’를 자초했다.
지난 달 한국도로공사, KGC인삼공사의 집단감염으로 15일간 첫 시즌 중단이 이뤄진 데 이어 GS칼텍스, 현대건설, 인삼공사에 이어 페퍼저축은행에서도 12명 엔트리를 채우지 못하자 11일간 2차 중단이 결정됐다.
이 경우 매뉴얼에 따라 정규리그 완주 및 포스트시즌 취소를 확정해야 했지만, 지난 11일 여자부 구단 단장들의 긴급 대책회의 끝에 포스트시즌을 축소해 치르기로 하면서 20일 리그 재개를 선언했지만 하룻만에 리그 조기 종료를 선언했다.
이 모든 것이 여자부 7개 구단의 단장들이 결정한 탓이다. 이건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일 뿐이다. KOVO도 경기를 치르는 구단이 결정한 것을 어쩔 수 없이 따를 수 밖에 없었다고 핑계를 댈 것이다.
단장들은 자신들의 구단 성적만 따를 수 밖에 없는 조직의 구성원이다. 이를 설득하고 조율해서 최선의 방안을 찾도록 해야 하는 것이 KOVO가 할 일이다.
지난 2월 코로나 사태로 리그가 중단됐을 때부터 KOVO의 책임있는 사람이 팬들 앞에 단 한번도 나서서 상황을 설명하지 않았다.
그래서 중계권료를 환불해줘야 하는 ‘돈’ 때문에 선수들이 볼모로 잡혀 무더기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할 때도 선수들은 안쓰럽게도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해야하는 상황에 몰렸다고 수근거렸다.
이런 지경에 이를 때까지 KOVO 관계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남녀 14개 구단이 정해준 매뉴얼 대로 움직였을 뿐이다. 철저히 매뉴얼 뒤에 숨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미리 선제적인 대응을 해야하는 것이 KOVO의 일이었지만 아무런 대책없이 매뉴얼 타령만 하다 결국 리그 종결이라는 파국을 맞았다.
마지막까지 코로나 감염을 막아보겠다며 마스크를 쓰고 코트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만 안타깝고 안쓰럽다.
[한 시즌 수많은 기록을 세워가며 고생한 현대건설 선수들. 리그가 종료되면서 아쉬움만 가득한 시즌이 됐다. 사진=마이데일리 DB]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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