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들이 타이거즈 마운드의 현재와 미래다.
KIA의 22일 시범경기 광주 두산전 마운드 운용이 흥미로웠다. 에이스 양현종이 12일 NC와의 시범경기 개막전 이후 열흘만에 다시 등판했다. 두 번째 투수는 2년차 이의리였다. 그리고 네번재 투수가 좌완 신인 최지민이었다.
타이거즈 '좌완 특급'들이 역사적 계투를 한 경기였다. 그리고 이들은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우선 양현종은 명불허전이었다. 4이닝 동안 3피안타 6탈삼진 1사사구 무실점했다. 투구수는 56개.
개막전서 3이닝, 31구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은 2이닝, 25구를 더 소화했다. 페넌트레이스 개막 준비를 순조롭게 이어가고 있다. 패스트볼은 물론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모두 점검했다. 1회 안재석을 삼진으로 솎아낼 때 패스트볼 최고 143km까지 나왔다. 대부분 130km 후반이었으나 실전 횟수를 늘려가면서 구속도 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의리는 20일 부산 롯데전에 이어 두 번째 실전이었다. 손가락 물집으로 함평 스프링캠프 도중 이탈,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아무래도 컨디션을 올리는 속도는 살짝 늦다. 그래도 롯데전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에 이어 이날도 잘 던졌다, 무려 3이닝 퍼펙트였다. 투구수는 24개.
특히 6회 안재석과 강진성을 상대로 패스트볼 146km까지 나왔다. 구원 등판이라 전력투구했는지 몰라도 시범경기임을 감안할 때 몸 상태가 좋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5회에는 패스트볼 5개로 한 이닝을 마쳤고, 6~7회에도 체인지업과 커브를 약간 섞은 수준이었다.
현 시점에서 양현종과 이의리는 선발진 '굳은자'다. 양현종은 션 놀린, 로니 윌리엄스와 함께 선발진 핵심이다. 지금 페이스라면 개막전 선발 등판도 가능해 보인다. 이의리는 투구수를 올리는 작업을 더 이어가야 한다. 개막 선발로테이션에 들어갈 것인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올 시즌에도 선발 한 자리를 꿰찰 것은 확실하다.
반면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서 탈삼진 쇼를 벌이던 신인 최지민은 주춤했다. 9회에 등판했으나 ⅓이닝 1피안타 4사사구 3실점하며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세이브를 따낼 기회를 놓쳤다. 연습경기, 시범경기 통틀어 가장 나쁜 내용이었다. 전형적으로 제구가 되지 않아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뜻대로 풀리지 않자 당황하는 표정도 고스란히 읽혔다.
최지민은 2021시즌 강릉고 에이스로 전국대회 우승을 이끄는 등 주목 받은 특급신인이다. '제2의 이종범' 김도영이 워낙 빼어날 뿐, 최지민도 수준급 신인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경기운영능력과 탈삼진 능력을 고루 갖춘 투수. 양현종의 뒤를 이어 이의리와 함께 '타이거즈 좌완 특급'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신인 티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최지민으로선 시범경기 때 이런 경기도 겪어보는 게 좋다. 페넌트레이스 개막 이후 10게 구단 주요 선수들은 현미경 해부를 당한다. 상대 분석에도 자신의 장점을 유지하며 버텨내고 살아남으려면 자신만의 확실한 무기와 개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현장 지도자들 견해다. 최지민은 이제 자신의 경쟁력을 조금씩 만들어가는 시기다. 떡잎은 남다르니 긴 호흡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양현종 이전, 타이거즈 주요 투수들 중에선 좌완이 귀했다. 양현종은 2010년대를 지배했고, 꾸준했다. 메이저리그까지 경험하며 후배 투수들에겐 '걸어다니는 참고서'가 됐다. 이의리와 최지민은 양현종을 바라보며 배우고 느끼고 경험하며 성장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이의리는 지난해 시상식에서 양현종과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렸다. 최지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두 사람이 양현종의 모든 것을 자양분 삼아 발전한다면, 타이거즈 미래는 더욱 밝아진다.
타이거즈 팬들은 이들이 올해 나란히 1군에서 맹활약하는 모습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 시범경기는 맛보기일 뿐이다.
[위에서부터 양현종, 이의리, 최지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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